2016년 병신년(丙申年)도 바야흐로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유독 다사다난하게 느껴졌던 한 해를 보내면서, 이제는 ‘혼돈’의 어둠 터널을 벗어나서 여명(黎明)의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한 해 내내,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던 구조적 부조리, 최순실 국정농단, 빈부 격차, 인권 경시, 이념적 대립, 안전 불감증, 계층 간의 갈등 등이 우리 모두를 불신과 불안, 미움과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현대사회가 다원화, 이질화될수록 상호 존중과 소통의 통로가 원활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계층과 세대 간 단절과 불신의 간극이 분열의 양상으로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금권과 권력이 판치는 세태 속에서, 기득권의 성벽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사회 양극화는 더욱 고착화되어 서민층의 계층 이동도 쉽지가 않는 사회입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는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계층 이동과 순환이 원활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가진 자와 가난한 자의 경계선이 견고해져 ‘빈익빈 부익부’의 대물림이 젊은이들에게 꿈을 잃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갑을 관계’라는 신조어처럼 민주적인 계약 관계가 통용되지 않는, 권력과 부를 가진 자[갑]가 약자[을]의 인권을 무시하고, 고압적인 권세를 누리는 현실이 당연지사가 되어버렸습니다. 부와 권력이 독점되고 공정하고 공평하지 않는 이 사회에서, 신출내기 젊은이들의 꿈은 너무도 처절합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여유로운 삶은 고사하고 요행히 취업되더라도 비정규직의 노동에 혹사되어 땀 흘려 일하고 성실하면 ‘행복한 삶’이 올 것이란 원칙은 공허하기만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헬조선(지옥을 뜻하는 ‘hell’과 ‘조선’의 합성어로 대한민국이 살기 힘들고 희망이 없음을 풍자하는 말)’, ‘흙수저’, ‘금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각자도생(알아서 살아야 한다)’이란 자조적인 말들이 유행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위험사회로 진입했음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위험사회는 불신과 분노사회로 이어져 사회 공동체를 해체한다고 합니다.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 제도로 개선하는 것만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양극화 해소와 불안, 분노를 건강하게 치유할 수 있는, 나눔과 배려, 화합과 상생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절실합니다. 경쟁이 필요한 사회이지만, 공동선과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사회 공동체를 복원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최근의 촛불 민심에서 보듯이 공동선을 지향하는, 선량한 국민들이 많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이와 함께 촛불을 들고서 보다 정의로운 미래사회를 열고자 하는 애국심이 있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랑이 있습니다. 더욱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부모님들의 열망이 한결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돈과 권력에 아부하는 풍토를 배격하고, 진실하고 선하며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존대하는 사회를 만들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계층 간의 갈등이 치유되어 소통하고 신뢰하는, 활력 넘치는 사회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참으로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또한 겸손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늘 그랬듯이, 자신을 되돌아보면 아쉽고 부끄럽지만, 혼돈과 시련은 삶을 성숙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삶의 역동성은 ‘희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듯이 우리 사회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가정부터 복원해야 합니다. 모두들 바쁘고 가족 간에도 함께 하는 시간이 적습니다. 가족 간의 사랑과 존중, 신뢰와 지지로써 인격적인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가정에서부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이 비롯됩니다. 겸손과 감사, 배려하고 신뢰하는 마음이 넘치는 가정이 행복한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녀들에게 보람되고 가치 있는, 행복한 삶의 비전을 우리 어른들이 열어주어야 합니다. 기성 사회의 갈등과 질시, 과도한 생존 경쟁의 사회 풍토에서 벗어나, 우리 아이들은 더불어 상생하면서 평화롭고 행복한 미래 삶을 펼쳐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염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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