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면 대남리 ‘푸른들 농원’. 종업원으로 일하는 노영근·배옥금씨 부부와 사장인 아들 유승씨의 보로니아 농장이다. 한겨울이라 연분홍 꽃망울은 달리지 않았지만 농장 곳곳에 푸르름이 가득하다. 이제 갓 귀농 3년차인 부부는 함양의 특산물이자 봄의 전도사 보로니아를 재배한다. 750평 대형 온실 내 1만여개의 화분 속에 보로니아가 한창 자란다. 내년 봄 꽃망울을 활짝 피우기 위해서는 잔손질이 한창이다.
“남편이 일을 저지른 것이다” 아내 배옥금씨는 투정을 부리지만 여기 생활이 그렇게 싫지 않은 눈치다. 전형적인 베이비부머 세대인 부부. 노영근씨는 고향 같은 농촌에서 은퇴 후 여가를 만끽하며 살아가는 것이 꿈이었다. “평생 도시생활을 했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흙과 친밀도가 높았다. 아들에게 ‘한번 해 볼래’라고 물어본 후 한다고 해 시작하게 됐다.” 정년퇴직을 한해 앞둔 2013년 이 곳에 온실을 지었다. 그 1년 전에는 비닐하우스를 임대해 농사를 지어 보기도 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전국을 돌며 귀농 정착지를 물색하다 보로니아에 빠져 들면서 최종 정착지로 서상을 선택했다. “게으르게 일할 수 있는 작물을 찾았다. 퇴직하고 쉬엄쉬엄 할 수 있는 조금만 일하고 나머지는 자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일을. 도시에 있으면 기껏 한다는 것이 등산이나 다니고 친구들 만나 노는 것이다. 일상이 똑 같다. 여기서는 내게 할 것이 있다. 보로니아를 잘 가꾸기 위한 노력이다.” 부부에게 보로니아 재배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보로니아는 가지를 삽목 한 이후 관리를 통해 어느 정도 자라게 되면 화분갈이, 그리고 모양을 예쁘게 잡아주는 전정작업이 이뤄진다. 다른 농가의 보로니아와 달리 둥그렇게 모양도 아주 예쁘게 다듬는다. 분재와 같이 둥근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수백번의 손길이 가야한다. “수만개씩 생산하는 대형 온실이 아니어서 경쟁력이 필요했다. 손이 많이 가지만 그 만큼 예쁜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게 관리된 보로니아는 3월정도 되면 연분홍 꽃을 피운다. 삽목부터 꽃을 피우기까지 1년 6개월이라는 조금은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는 부부는 여유롭게 일을 한다. 올해 여름 무더위에 제대로 대응을 못해 애써 길러온 보로니아들이 많이도 죽는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농사일을 놓지는 않는다.
최근까지 부부는 매주 토요일이면 상림공원을 찾았다. 공원내 토요장터가 부부의 토요일 일하는 공간이었다. “사람들과 평생을 부대끼며 살다 여기 와서는 주변에 지인도 없고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토요장터’였다.” 그곳에서 정성껏 키운 보로니아를 판매도 하지만 사람과 만나는 즐거움이 더욱 컸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내 물건을 알릴 수 있는 곳, 만남과 소통의 장소가 바로 토요장터다. 함양의 농산물을 알리는데 가장 좋은 기회이다.” 토요장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어려움도 있다. 식물로 택배 등을 통한 배달이 어렵다. “많은 돈을 들여 포장 박스를 만들기도 했지만 실패했다. 꽃을 배달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행정에서 농가들을 위해 이 같은 부분에 대한 지원이 꼭 필요하다”
이제 갓 귀농 3년차인 부부지만 보로니아에 쏟는 열정만큼이나 자부심도 대단하다. “보로니아는 함양 서상에서 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재배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전국 어디를 가서도 볼 수 없는 것이 바로 보로니아이다.” 부부의 정성과 노력, 그리고 아이디어가 함께한 결과물 보로니아. 3월이면 부부가 기른 아름다운 보로니아 꽃향기가 전국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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