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전화가 왔다. 천안에 있는 대학원에 있는 교수님이었다. EBS “한국기행”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전화를 한 것이다. 지금 방송에 “화림동 계곡”을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가 양목사가 살고 있는 근처인 것 같아 전화를 했다고 하였다.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보인다며 언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하였다. 기회다 싶어 화림동 계곡의 경관이 얼마나 빼어난지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함양의 8경중의 하나로서 “거연정”에서 시작하여 “동호정”을 지나 “농월정”에 이르기까지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는 가히 장관이라고 전화에 대고 열심히 자랑을 하였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꼭 가 봐야 되겠다고 하시기에 오늘 다른 일 없으면 사모님과 같이 오후에 내려오시라고 하였다. 전화를 끊고 조금 후에 부부가 같이 내려간다고 했다.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3시간이 넘게 걸려서 도착하였다. 평상시에는 2시간만 하면 되는 거리인데 차가 밀려 1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그 동안에 나는 숙소를 마련해야 했다. 하룻밤 지낼만한 마땅한 장소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인근에 있는 모텔에 직접 가서 방을 살펴보았는데 겉모양은 그럴 듯한데 방에 들어가 보니 냄새가 많이 났다.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 이해는 되었지만 한편 아쉬웠다. 다른 곳도 다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모텔이나 여관은 포기하였다. 인근에 있는 자연학교에 들렀는데 그곳에는 청년 수련회 팀이 와서 행사를 갖고 있었기에 숙소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인근에 있는 교회에서 얼마 전에 시골집을 리모델링하여 외부 방문객들에게 개방하는 게스트 룸이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하니 사용해도 좋다고 하였다. 너무나 깨끗하게 잘 단장되어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5시 가까이 되어서 서상 톨게이트에 도착하였다. 연세도 있으시고 먼 길을 달려와서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숙소로 가자고 했더니 “화림동 계곡”을 먼저 보고 싶다고 하였다. 화림동 계곡 중에서 산책로 출발지인 거연정에 먼저 들렀다. 계곡과 잘 어우러진 정자와 마지막 가을의 정취를 붙들고 있는 고목들의 파스텔 톤 단풍의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두 사람은 연신 감탄사를 발했다. 6km 산책로를 맛보기로 조금 걸어본 후 내일 완주하기로 하고 숙소에 짐을 풀고 식당을 알려 주었다. 그나마 어느 지역에서 와도 내놓을 만한 시설과 맛을 겸비한 식당이 여러 군데 있는 것이 감사했다. 예상대로 식당에 대해 만족해하였다. 다음 날 주일인지라 예배를 마치고 전화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제 보았던 산책로에서 산책을 하는 중이라 하였다. 같이 만나서 이제는 함양의 자랑거리인 상림 숲을 구경하러 갔다. 신라시대에 최치원이 조성한 인공 숲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열을 올려 자랑을 하였다. 주차를 하고 일단 숲 주변을 살피더니 생각보다는 좀 못하다고 하였다. 신라시대면 천년이 넘었는데 숲의 나무들이 그렇게 오래 된 것 같지 않다고 하였다. 숲 전체를 걸어보기로 하고 숲 가운데로 들어갔다. 넓다란 산책로와 주변에 늘어서 있는 상수리나무들을 보더니 그제야 야! 괜찮다며 어느 정도 만족을 하였다. 그 나무들이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와 늦가을 단풍의 어디에서도 향유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일단 산책을 마치고 식사를 한 후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교수님답게 예리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화림동 계곡”의 뛰어난 경관은 방송에서 보던 것처럼 훌륭하다고 하였고 상림 숲과 숙소인근에 있는 산삼휴양림은 정말로 시골의 정취를 느끼며 산책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하였다. 얼마 전에 다녀온 문경세제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몇 가지 아쉬운 점은 고속도로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음이 산책로 중간 중간에 크게 들려오는 것이 귀에 거슬렸고 숙소 주변에 있는 마을 공터에 쌓아 놓은 온갖 종류의 고철과 쓰레기들이 미간을 헤친다고 하였다. 삭막하고 각박한 도시의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한적한 시골에 와서 조용한 가운데 자연 속을 거닐며 자연과 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몸과 마음의 쉼을 누리기를 원하는데 고속도로의 자동차 달리는 소리와 마음을 산란하게 만드는 정리되지 못한 환경들은 그런 것을 방해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숙소는 참 깨끗하고 편리하고 따뜻하다고 하였다. 우리는 함양 안에 살고 있다. 그리고 시골이라는 풍토 안에 살고 있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조금 둔감해져 있고 그런 것들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60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청정지역 함양을 방문한 외부인의 말에 우리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감탄할 것들을 계속 새로 만들고 유지해 나가야 하고 아쉬운 점은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함양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청정 함양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오늘도 분주한 세상살이를 아내며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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