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오래 만지다 보니 감이 잡혀, 이제는 곶감 만드는 일이 그닥 어렵지 않다. 최근 수년간은 하늘이 심술을 부려 약간 당혹스럽긴 했지만, 이제는 감이 생기니 하늘이 부리는 변덕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곶감 농사 초창기 때엔 감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시설이 열악해서 고생했다. 말리는 건 덕장에서 말리면 되지만 제일 힘들었던 건 숙성이었다. 곶감은 자연 상태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떫은맛이 없어지고 깊은 맛이 드는데, 하늘이 심술을 부리면 떫은맛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떫은맛이 남아 있는지 직접 확인하다가 뚫려있어야 할 곳이 막히는 바람에 사흘을 고생한 적도 있다. 특히 나는 치질이 있어 다른 사람들 두 배로 힘을 써야 했는데 천왕봉을 오르는 것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다. 그렇게 고생한 덕분에 감이 생겨 이제는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눈으로 또는 손끝의 감각으로 곶감에 떫은맛이 남아있는지 완전 숙성이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유황 훈증을 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고 고운 때깔이 나는 곶감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감 잡은 것이다. 그렇다고 유황 훈증이 안 좋다는 말은 아니다. 곶감 건조 초기에 적정 기준량으로 훈증하면 때깔도 좋아지고 곰팡이도 방지할 수 있는데 유황성분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 사라지기 때문에 대안이 없다면 훈증을 하는게 바람직하다. 간혹 아무 대안도 없이 무작정 무유황 곶감이라며 때깔이 시꺼먼 곶감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그걸 또 오시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포장하여 파는 것을 보면 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왕이면 다홍치마인 것이다. 물론 남이사 까마귀를 팔던 병아리를 팔던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다.각설하고 아래는 가정에서 재미로 곶감을 만드는 고객에게 곶감용 감을 팔기위해 내가 SNS에 올린 광고 글이다. 맛있는 곶감을 만들려면맛있는 곶감을 만들려면/하늘을 잘 보고 감을 깎아야 한다./요즘은 날씨가 하수상해서/매년 이맘 때 곶감을 깎았었지~하고,/달력 보고 깎으면 망하는 수가 있다./곶감은 달력 대신 하늘을 보고 깎아야 한다./차가운 아침 바람에 귓때기가 시리고/오후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지면/곶감을 깎아도 좋다는 신호./맛있는 곶감을 약속한다는 묵시다.맛있는 곶감을 만들려면/서리 한 두번 맞은 감을 깎으면 된다./한바탕 울고 난 아기 볼처럼 빨갛게 된/감을 깎으라는 말이다./그렇다고 서리 안맞은 감은/맛있는 곶감이 안된다는 말은 아니다./좀 일찍 수확해서 푸른빛이 도는 감은/내버려 두었다가 빨간 색이 나면 깎으면 된다./다시 말해서 후숙을 시켜 깎으라는 말이다.색이 잘 난 감을 깎아/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두었다면/이제 당신이 할 일은 없다./당신이 만일 회사원이라면 회사 일을 하면 되고/당신이 만일 할머니라면 손주랑 놀아주면 된다.이제는 하늘이 곶감을 만들기 시작하므로/당신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이 때 목이 많이 빠지므로 조심해야 함./맛이 들기도 전에 먹으면 막히는 수가 있으므로/참아야 함./바람은 감을 천천히 말리면서/얼리기도 하고 녹이기도 하는데/세상 이치가 그렇듯/감도 이런 시련을 거치고 나서/달콤한 곶감으로 탄생한다.혹 곶감이/아직 뒤끝이 남아 있으면/잘 주물러서 며칠 더 달아놓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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