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산성 전투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체계적인 연구와 방향 제시를 통해 성역화 하기 위한 학술회의가 지난 11월16일 오후2시 함양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함양문화원(원장 김흥식)이 주최한 이날 학술회의에는 황석산성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우고 순국하신 조종도 전 함양군수, 안의 현감 곽준, 유명개, 정용 등의 전국 각지에서 모인 후손들과 함양문화원 회원, 함양군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황석산성전투는 수성장 곽준, 전 함양군수 조종도, 김해부사 백사림, 거창좌수 유명개 등이 안음·함양·거창·합천·초계·삼가·산음 등 7개 고을 의병과 백성 그리고 김해에서 온 관군 50여 명 등 7000여 명이, 명군(明軍)이나 정규군의 지원 없이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 최정예 우군 7만여 명과 1597년 8월 16일부터 18일까지 험준한 산악의 이점과 불굴의 정신으로 목숨을 걸고 싸워 왜적에게 막대한 타격을 주어 전쟁을 종식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전투다.
‘정유재란기 황석산성 전투의 배경과 의의’를 주제로 첫 발표에 나선 김강식 교수(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황석산성전투는 정유재란 초기 조선과 명군의 지원 없는 고립 상태에서도 민·관·군이 하나가 되어 지역방어를 수행하여 끝까지 일본군에게 항쟁했던 역사적인 전투”라며 “군량확보를 위해 성을 에워싼 일본군이 성을 비우면 모두 살려주겠다고 했음에도 민관군 7000여 명은 1597년 8월16~18일 청야책과 수성전(守城戰)을 전개해 일본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일본군의 전라도 진출을 일정 부분 지연시키면서 사실상 정유재란 종식에 큰 공헌을 했다”고 황석산성 전투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대소헌 조종도와 황석산성 전투’ 주제발표에 나선 허권수 교수(경상대학교 한문학과)는 “대소헌은 선비로서 모범적인 자세를 견지하다가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전직 목민관으로서의 책임보다는 선비정신의 구현이 더 컸다”라며 “국가민족의 위기를 보고 자기 한 목숨을 바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황석산성은 끝까지 지켜지지 못해 우리 쪽에 많은 피해가 있었지만 목숨을 바쳐 의리를 지킨 그의 선비정신은 역사에 영원히 빛날 것”이라며 “자진하여 참여해 장렬하게 한 목숨 바친 것은 선비정신의 발현”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주제발표에 나선 유성기 회장(황석산성 역사 찾기 운동본부)은 ‘황석산성 역사·문화적 가치와 활용 방안’을 통해 “황석산성 전투는 우리 민족사에 있어서 가장 영웅적인 사건이고, 명군이나 관군의 지원없이 순수 의병과 백성들의 힘으로 싸워 전쟁 종식에 많은 공헌을 했는데도 아직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는 친명사대주의 사관에 물든 조선 지도층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그 후 일제의 계획적인 사건은폐에도 원인이 있지만 우리 함양사람들과 후손들의 책임도 크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유 회장은 “황석산성 전투를 고고학적 바탕에서 유적을 조사하고 발굴과 고증을 거쳐 원형을 복원하고 전적비 및 기념관을 세움으로써 미증유의 국난을 맞았음에도 호국과 충의의 대의를 위하여 일신과 일족의 목숨을 초개 같이 버린 수많은 순국 선열들의 숭고한 얼을 기리고, 황석산성에 담긴 역사적 교훈을 후세에 계승하자”고 강조했다.
황석산성 전투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이날 학술회의의 마지막은 이상필 교수(경상대학교 남명학연구소장)가 좌장으로 주제발표를 한 김강식 교수와 허권수 교수, 유성기 회장을 비롯해 신윤호 연구원(해군사관학교 해양연구소), 강동욱 박사(진주교대 국어국문학과), 박선호 소장(황석산성연구소) 등 7명이 참여해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토론에서는 정확한 역사적 기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주를 이뤘다. 강동욱 박사는 “역사적 기록은 사실적 기술보다 관련 가문을 통해 전해오는 구전을 토대로 기술된 자료들이 많다”라며 “이 논문은 황석산성 연구의 지남(指南)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또 신윤호 연구원은 황석산성 전투의 기록된 날짜가 조선과 일본측의 다른 이유와 전사자 규모 등에 대해 김강식 교수에게 질문했다. 박선호 소장은 자신이 연구한 황석산성 전투의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며 성역화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좌장을 맡은 이상필 교수는 “황석산성 전투 성역화에 대한 견해는 다르지 않지만 연구가 좀 더 치밀하게, 일본자료와 아울러 점검해 볼 필요성이 있다. 황석산성 역사를 고증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김흥식 문화원장은 “오늘 이 자리는 황석산성 전투에 대한 성역화와 문화 콘텐츠화의 획을 긋는 중요한 자리”라며 “함양군민 뿐만 아니라 참여한 모든 이들이 황석산성 전투에 대한 관심과 성역화 등에 대해 노력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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