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3일에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다. 다른 사람일 줄 알고 뽑았는데 앞사람들과 비슷한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생각할 지도 모른다. 어차피 누굴 뽑든 마찬가지니 투표를 해도 소용이 없고, 할 필요도 없다고. 과연 그럴까?
서양에선 프랑스대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격변을 통해 현대 민주주의가 시작된 이후에도 모든 성인 국민이 투표권을 갖게 되기까지는 기나긴 희생의 역사가 필요했다. 이와 달리 전 국민에게 투표권이 그냥 주어졌다는 점은 우리에게 다행이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한 일이다. 너무 쉽게 주어졌기 때문에 투표권이 마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산소처럼 당연한 것으로 인식돼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다.
물론 지지하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면 세상이 금방 달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자 사람들이 무기력해지고, 그리하여 투표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급기야 선거일을 단순한 휴일 정도로만 여기게 된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조급하게 기대하고 금방 실망,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하루아침에 지상낙원이 건설되는 일은 없다. 선거는 평생 참여하는 것이고, 좋은 세상은 아주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이다.
플라톤은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세력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고 했다. 우리가 정치인들의 행동이 보기 싫다고 투표권을 포기하면 그들은 멋대로 행동할 것이고, 그래서 또 투표권을 포기하고 더욱 멋대로 행동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성숙하여 가던 과정에서 공명선거가 최고의 목표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공정한 룰과 합리적인 선거시스템 속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꽃피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참여한다면 정치인들은 진정으로 국민을 무서워할 것이다.
그래도 투표를 하고 싶지 않다면 이건 어떤가.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프랭클린 P. 애덤스).” 내년에는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이래저래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