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는 주를 기점으로 지난주가 학생의 날이었으니 학생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사를 쓰려고 한다. 예전에 한국일보의 <“흙수저 배려할 이유있나” 청소년들, 위험한 능력주의 맹신>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지균충”이라는, 지역 균형 전형에 따른 대학 선발자들에 대한 비하적 신조어에 대해 검색하던 중 읽게 된 기사이다. 이 기사에서, 학생들이 지역균형 선발과 그 외의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제도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등 과도하게 능력지상주의에 박혀 평가받고자 한다는 꽤나 섬뜩한 사실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학생들의 “소망”이라면 어떨까? 그러니까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한 번이라도 받아보고 싶다”는 표현이면 어떨까? 더욱 섬뜩할 것이다. 슬프게도, 이것은 이미 현실이다. 최근 논란이 되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은 교육계에도 그 손을 뻗었다.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가 승마 특기생 명목으로 이화여대에 특례 입학한 것이다. 특권층의 2~3세의 부정 입학 사례가 이것만은 아니다. 3년 전에도 삼성가(家)의 3세 격인 이재용의 아들이 한부모 가정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국제중학교에 입학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일반적인 부정입학들보다 더 큰 논란이 되는 이유들 중 하나는 정유라의 SNS 발언 때문일 것이다. “돈도 실력이야,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 돈이면, 돈이면. 이것은 한국을 표현하는 말과도 같다. 이런 사회적 “흐름에 따라” 심지어 고등학생 때부터 공무원을 하고 싶다고 공부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소위 ‘공딩’이라고 한다.) 학생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반 성인들의 입장에서도 취직 단계에서 평가도 제대로 못 받고, 겨우 받아도 평가치만큼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도 못 한다. 그러면 선택이 뭐가 있겠는가? 이 현상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몇 주 전 외국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에 공무원이 된 학생의 기사이다. 여론은 차가웠다. “다른 나라는 저런 재능의 학생들을 길러서 과학자로, 외교관으로 길러 국력을 기르는데 한국은 공무원으로 만드네.” 식으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약칭 정유라 사건은 제도에서 다시금 문제를 드러낸다. 그것은, 정유라는 수능 성적 없이 서류만으로 입학하는 수시 제도-정확히는 특기생 제도-를 통해 입학했다는 것이다. 또 그 이유는 정유라가 비선실세로 논란이 되는 최순실의 딸이라는 것으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성급한 일반화일지 몰라도 이 둘을 연결해보면 수시 제도를 통해 많은 권력층, 부유층 자녀들이 대학에 쉽게 입학한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추측으로만 치부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로스쿨 입학 전형에서 서류전형에 자신의 부모님 등의 직책을 적었을 경우 감점이라는 기사에 네티즌들은 “감점만 시키고 뽑아드릴게요 라는 뜻” 등의 조롱이 주된 의견이었다. 혹시나 싶어 검색해봤더니 역시나, 교육부 조사 결과 로스쿨을 부정 입학한 고위층 자녀가 24명이었으며, 처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국민일보 기사) 또한 수시 제도 확대에 대한 기사에 대해서도, “정시는 최소한 성적순으로만 줄을 세우니까 공평하기라도 하다. 그러나 수시는 서류를 쓰는 게 “누구냐”에 따라 합불이 결정되기도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물론 공부를 잘하느냐 만을 평가하는 것이 베이스인 정시와 다르게 수시는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도 함께 평가하기 때문에, 성적 지상주의로 비판받는 한국의 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제도이긴 하다. 그러나 수시는 정시보다도 서류가 우선이 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서류라는 글자가 나오면, 한국은 씁쓸하게도 “비리”와 “인맥”이라는 단어들이 먼저 뇌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제대로 된 평가가 될 리가 없다는 비관적인 의견들이 많다. 지금은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 흐름을 나쁘게 이용해왔다. 낮은 사람들은 능력에 따라 라는 허울뿐인 모토로 세뇌시켜 슬픔과 절망으로 “색칠하고”, 기득권 자신들은 정작 편하게 소파에 앉아 금칠을 하는 것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진정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시대라면, 학생들부터라도 자신의 색채만으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 그 위로 덮어 씌워진 회색과 금색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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