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서리가 내리기도 하여, 초겨울이 된듯하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옷도 바뀐다. 그래서 오늘을 옷장을 정리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옷장만 정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뭐니 뭐니 해도 계절이 바뀜에 따라 집안 대청소가 필요한 것 같아서 여름이 미루었던 집안 청소를 이제서야 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몰라 막막했다. 생각보다 일이 많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있는 음악을 틀어놓고 옷장을 여름옷에서 겨울옷으로 바꿨다. 그 다음 아이들 방에 가서 쓸 수 있는 책은 추려서 종류에 따라 다시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았고 쓸모없는 책들은 장서에서 추려 냈다. 그리고 내가 모았던 수업 자료를 보니 너무 쌓여서 이왕에 일을 시작했으니 이 자료들도 가려 내야하는 생각에 들었다. 종이를 하나하나 살펴하다 보니 예전에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맨 처음 만들었던 자료도 아직 남아 있었다. 계속보니 수업 자료를 아닌 어떤 종이를 발견했다. 이 종이는 내가 옛날 쓴 시었다. 이 시 때문에 국회의사당에서 유명한 시인들과 같이 시 낭송을 한 적이 있다. “시에서 길을 묻다”는 큰 주제이고 가을이 되면 낭송을 한다. 마침 폰에서 시를 낭독할 때 잘 울리는 음악이 나오길래 나도 모르게 그 때 그 순간을 기억하며, 소중하고 간직하고자 다시 읽었다.결심친척이 한국은 위험하다고 말하여그녀는 한국 올 때 믿을 수가 없었네“자매여! 복한 땅이 너무 가까워”그러나 모두 믿지 않고 신의 뜻을 따랐지괴롭힘도 없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얼굴에 미소 짓고 살아가나니하는 일 모두를 눈물로 씻어내고이제는 눈물 없이 살아가리라이 땅에 머무름은 큰 희생이었기에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 부딪혀도하는 일 모두 웃음으로 기억하며포기하지 않으리라 굳게 결심하였어라비웃음 받아도 마음은 충만하고아무리 웃음을 사도 지혜 넘지 못하네그녀 꿈은 계속되고 괴롭힘은 없으리니한글 말 쉽지 않아도 기꺼이 배우리라그대 매우 작으나 감수성은 강인하고몸매는 연약해도 마음은 충실하며그 가득한 용기는 진실한 영감에서 솟으니그녀의 순종하는 마음 내 모르지 않으리라지금 생각하면 나도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런 취미는 다시 할 수 있을까? 그동안 오직 일만 집중했고 바쁜 생활 때문에 나의 좋아하는 것을 잊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집안 청소를 빨리 끝내고 잠시 창밖에 쳐다보면서 연필과 노트를 들고 또 하나의 시를 써보았다. 가을아, 가을아 이제 왔구나가을아, 가을아 이제 왔구나너의 맑은 하늘이 정말 높구나너의 하얀 뭉게구름이 수채화 같구나너는 나의 눈을 뜨게 만드는구나가을아, 가을아 이제 왔구나너의 날씨는 점점 추워지구나너의 찬바람은 따뜻한 옷으로 입게 되었구나너는 나의 마음에 커피를 생각나게 하구나가을아, 가을아 이제 왔구나너의 갈대밭에 금색으로 빛나는구나너의 길은 코스모스가 가지런히 피었구나너는 나의 얼굴을 미소 짓게 하는구나가을아, 가을아 이제 왔구나너의 들판에 벼가 누렇게 익었구나너의 감나무에 감이 발갛게 매달렸구나너는 나의 식욕을 나게 하구나가을아, 가을아 이제 왔구나너의 산들이 단풍으로 물들어구나너의 마른 낙엽 더미는 바스락 폭신하구나너는 나의 두 발을 재미있게 해주는구나가을아, 가을아 이제 왔구나너의 밤은 이제 길어지고 있구나너의 화려한 별들이 하늘에서 빛나게 펼쳐구나너는 나의 잠을 깊은 나라로 이끄는구나 잠시라도 생활에서 한걸음 물러나서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순간은 무척 행복했다. 좀 더 자주 이런 시간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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