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추위 같은 가을 추위가 몰려온 옛 배재초등학교. 아이들이 뛰어놀던 아담한 2층 학교는 이제 한국화가 정정문(53) 화백의 작업실로 변했다. 아이들이 공부하던 교실은 작업실로, 아이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었을 입구에는 정 화백의 대형 수묵화가 자리 잡았다. 2층에는 정 화백의 가족들이 사는 가정집이다. “어서오세요”라며 반갑게 맞아주며 작업실로 이끄는 정 화백은 붉은 빛이 유난히 예쁜 따뜻한 아마란스차를 내주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국전 입상 경력을 비롯해 서울 등지에서 왕성한 전시회 등의 활동을 이어온 정정문 화백은 함양중학교 33회로 그동안 타지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다 지난해 12월 이곳에 터를 잡았다. “그림을 배우려 무조건 상경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고향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고등학교시절 만화 습작 등 그리는 것의 매력에 빠져 든 정정문 화백. 고등학교 졸업 후 잠시 부산에서 일을 하던 그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그 때는 초상화도 그리고 이것저것 아무것도 모를 때라 모두 그려 보았다. 스승도 없었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그렸었다. 그림을 잘 모르는 촌놈이 서울 홍대교육원에 무작정 찾아가 수강 신청을 했었다” 그때 강사로 나온 이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한국화로 이름 높은 ‘문봉선 화백’이다. 기초부터 시작해 하나하난 배워 나가기 시작한 정 화백은 스승의 장점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었다. 이후 정정문 화백은 국전 입상을 비롯해 경남미술대전, 대한민국 미술대전, 청년작가 100인전, 21세기 안견정신전, 대자연전, 거창 풍물풍속화전, 우리작가 사랑전, 6인전, 청풍회 창립전 서울과 진주, 포항, 거창 등지에서 다양한 전시회도 가졌다. 서울과 거창 등지에서 주로 작업했던 정 화백은 젊은 시절 함양에서 활동도 많았다. 그는 예전 함양미협의 전신인 천령미술회의 마지막 회장을 맡기도 하는 등 지역사회 미술 발전을 이끌었었다. “당시는 어려웠지만 순수한 미술인들이 모여서 서로 고민하고 힘이 되었었다” 그는 힘들지만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서울에서도 낮에는 액자가게에서 일을 하고 밤이 되어서야 그렇게 원하는 그림을 그렸다. 함양에서의 생활도 녹녹하지 않다. 요즘에는 지역의 벽화도 그리고, 가끔은 노가다도 하고, 그리고 가끔은 그림도 하나씩 판매한다. “무슨 철학이 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좋아서다.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림에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그는 요즘에는 ‘소나무’를 많이 그린다. 그가 주로 찾는 곳은 안의 솔숲. “소나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다” 수묵의 매력에 대해 그는 “대부분이 수묵이 검은 색으로만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검은색 안에서 무궁무진한 색이 나온다. 옅은 색부터 진한 색까지 이를 표현하는 것이 수묵화의 매력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예전 실경을 그렸던 그는 요즘은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캐릭터를 찾고 있다. 그는 지저분한 낙서를 예술 차원으로 승화시켰다는 ‘장 미쉘 바스키아’의 예를 들며 “아이들 그림이 아주 좋은 그림이다. 단순하면서 순수하고, 선이 가는대로 그리는 그림이 좋은 그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도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마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추상적인 그림, 알 듯 말 듯 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그는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확실한 캐릭터, 자신만의 상표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함양미협에 가입하지 않은 정정문 화백. 그는 “그리는 재주는 있는 것 같은데 가르치는 재주는 없다”라며 웃었다. 오직 그리는 것이 좋아 붓을 놓지 않았고, 그 재미에 지금까지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정 화백은 조만간 함양에서 전시회도 가지며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들을 함양군민들에게도 선보일 예정이다. 정정문 화백은 “그림은 그릴수록 어려운 것 같다. 보는 눈높이가 높아지는 만큼 생각은 많은데,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아쉬워했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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