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함양 똥돼지에 대해 어느 정도는 기억이 남아있을 것이다. 예전 뒷간, 측간, 변소로 불리던 화장실 바로 아래 돼지를 키우던 모습을. 사람의 인분을 먹고 자란 흑돼지, 흑도야지는 맛이 좋았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함양에서 흑돼지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갔다. 빨리 자라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흰돼지에 밀리고, 청결·위생 등을 이유로 가정에서 사육을 기피하면서다. 함양하면 흑돼지라는 그 명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마저도 제주흑돼지, 남원흑돼지, 산청흑돼지 등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함양 흑돼지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흑돼지로 유명한 인근 남원의 흑돼지 브랜드화, 브랜드화에서 가장 성공한 것으로 주목받는 제주 흑돼지, 그리고 일본에서 흑돼지(흑돈)로 가장 유명한 곳은 규슈 최남단 가고시마현에서 흑돈을 유명 브랜드로 키워낸 사례 등을 통해 함양 흑돼지의 앞날에 새로운 길잡이를 제시해 주고자 한다. <편집자주><글 싣는 순서>1. 우리나라 흑돼지의 종가 함양2. 브랜드화 박차를 가하는 남원의 흑돼지3. 흑돼지 하면 제주흑돼지?4. 세계 최고 흑돼지 브랜드 일본 가고시마 흑돈(1)5. 세계 최고 흑돼지 브랜드 일본 가고시마 흑돈(2)6. 흑돼지 종가 함양을 명성을 되찾자흑돼지를 통해 1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창출 효과를 거두는 가고시마현. 가고시마 흑돼지는 이미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최고의 품질로 손꼽힌다. 검은색 털에 몸체의 여섯 군데에 흰 반점이 있는 육백흑돈(六白黑豚) 가고시마 흑돼지. 가고시마 흑돼지는 고기의 근섬유가 가늘어 씹기에 편하다. 육질이 단단하고 지방조직의 수분함량이 적은 데다 아미노산 함유량이 많아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한 맛을 자랑한다.가고시마 흑돼지는 다양한 음식으로도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삼겹살과 같이 구워서 먹기도 하고, 샤브샤브나 돈가스 등 흑돼지 음식으로도 만난다. 일본 전통 라멘이나 소바는 물론 다양한 요리에 흑돼지가 첨가되면서 가고시마 흑돼지 요리가 완성된다. 앞서 언급했던 흑돼지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도 눈여겨봐야 한다. 열쇠고리나 장난감, 아이들이 먹는 과자 등은 물론 기념품 등에도 흑돼지 캐릭터를 이용한 마케팅이 들어갔다. 일본 가고시마 흑돼지의 위상과 흑돼지를 이용한 요리 및 마케팅에 대해 전하려 한다.가고시마 흑돼지의 맛가고시마 흑돼지는 ‘부드럽고 깊은 맛’으로 표현된다. 섬유질이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지방조직의 수분 함유량이 적다. 또 중성당 및 아미노산의 함유량이 특히 많으며 감칠맛과 단맛이 날 뿐만 아니라 지방의 융점이 높아 산뜻하며 담백한 맛이 난다고 평가되고 있다.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고구마 사료를 먹인 돼지를 9개월 이상 사육한 결과다. 부드러운 맛은 사육기간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가고시마 흑돼지는 9개월 이상을 사육한다. 흰돼지가 평균 180일(6개월) 정도에 출하하는 반면 가고시마 흑돼지는 3개월 이상 더 사육한 이후에 출하한다. 오랜 사육기간을 거친 만큼 육질이 좋은 것이다. 가고시마 흑돼지 음식가고시마현의 중심 가고시마시 텐몬칸(天文館)을 걷다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글자가 바로 ‘黑豚(흑돈)’이다. 웬만한 거리의 간판에는 흑돈이라는 글자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제주도와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요리들의 간판이 내걸렸다. 가고시마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흑돼지 요리로 일반 돼지요리보다 조금은 비싼 편이다. 샤브샤브부터 시작해 돈까스와 라멘, 소바 등 우리에게 친숙한 온갖 음식에 흑돼지가 사용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흑돼지 샤브샤브.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샤브샤브는 소고기와 해산물 등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고시마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샤브샤브는 흑돼지가 주재료이다. 흑돼지 전문점 주안(壽庵)은 흑돼지 샤브샤브로 상당히 유명한 체인점이다. 얇게 썬 돼지고기를 버섯과 각종 채소 우린 물에 살짝 데치면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지방이 입속으로 스며들어 느끼하지 않다. 가고시마 라멘에도 흑돼지 고기가 고명처럼 올라간다. 일반 돼지보다 100엔(약 1000원)정도가 비싸게 판매된다. 라멘만을 판매하는 유명 체인점이 있을 정도며, 특히 돈토로 흑돼지 라멘(豚とろ 黒豚ラーメン)은 조금은 대기해야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돼지고기로 육수를 낸 국물은 아주 걸쭉하고 기름이 떠 있다. 면 위에 흑돼지가 고명처럼 올라간다.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돼지고기 국수와 비슷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다. 간은 우리나라보다 좀 많이 짜다. 일본 중에서도 가고시마지역에서는 조금은 짜고 달게 먹는다고 한다. 특이하게 주방에서부터 서빙보는 이들까지 흑돼지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일을 했다. 일본 음식 중에서 유명한 돈가스 역시 흑돼지 고기를 사용했다. 바싹하게 튀긴 옷과 부드러운 흑돼지가 조화를 이룬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는 흑돼지는 가고시마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가고시마 흑돼지 제품들가고시마에서 많이 먹어볼 수 있는 것이 흑돼지 요리라면,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흑돼지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일 것이다. 가고시마 중앙역에는 흑돼지를 이용한 다양한 가공식품들과 기념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흑돼지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다. 고구마를 넣어 만든 흑돼지 과자, 흑돼지 호빵, 흑돼지 쿠키는 흑돼지 기름으로 구운 것이다. 흑돼지가 직접 들어가지 않았지만 지역 특산물인 흑돼지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기념품 가게의 인형들도 인기다. 열쇠고리, 양말, 손수건, 장난감 등도 많이 판매된다. 아기자기한 장난감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높다.흑돼지를 이용한 다양한 가공식품들이 판매된다. 부위별 가공육들이 인기가 상당히 높다. 생육을 바로 판매하는 것도 많지만 다양한 가공식품 흑돼지 육포 또한 인기 상품이다. 백화점의 정육 코너에도 흑돼지 부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일반 돼지고기보다 흑돼지가 더욱 고가로 판매된다.가고시마 흑돼지 인기 비결가고시마 흑돼지는 1970년대 버블 경제로 인한 소비 심리가 상승하면서 돼지고기 소비 촉진에 의해 이뤄졌다. 이는 우리나라의 ‘먹방 열풍’과 비슷하다. 지역의 전통음식과 특산물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지역 특산물 마케팅이다. 가고시마 흑돼지도 지역 특산물을 넘어 일본의 특산물로 성장했다. 가고시마 여행을 오는 일본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꼭 먹고 싶은 것이 흑돼지다. 흑돼지를 먹기 위해 가고시마 여행을 오는 일본인들도 있을 정도다. ‘흑돼지하면 가고시마’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은 어떤 과정에 의해서일까.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은 흑돼지 사육두수도 이유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고시마 흑돼지 브랜드의 성공 요인은 차별화를 통한 품질의 고급화에 있다. 우수한 품종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통한 고유의 버크셔종을 흑돼지로 인정했다. 그리고 농가와 정부 차원에서 가고시마 흑돼지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생산자협의회를 통해 생산기술과 유통체계를 확립함으로써 가고시마 흑돼지에 대한 고품격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이에 대한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또한 가고시마 흑돼지가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 명품 돼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인터뷰>“고급 요리로 통하는 것이 흑돼지 요리” 흑돼지 전문점 주안(壽庵) 모리미쓰 총괄매니저흑돼지 전문점 주안(壽庵)은 가고시마현 내에 3개의 점포가 있을 정도로 가장 유명한 흑돼지 요리 전문점이다. 이곳에서는 흑돼지 샤브샤브를 비롯해,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등 흑돼지 요리를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특히 흑돼지 샤브샤브는 가고시마현 내에서 가장 이름있는 곳이다. 모리미쓰 총괄매니저는 “순수 흑돼지의 등심과 안심, 삼겹살 고기만을 사용해 요리를 한다. 섬유가 촘촘하고 부드럽다. 오래 씹을수록 깊고 단맛이 난다”라고 설명했다. 요리에 사용하는 흑돼지는 가고시마 인근의 가리시마시(鹿島霧島市) 와타나베 씨의 농장에서 가져온다. 와타나베 씨는 가고시마 흑돼지 역사의 산증인으로 그의 농장은 한국의 양돈업 종사자와 공무원들이 수시로 견학을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에서 판매되는 흑돼지요리는 조금은 비싸다. 모리미쓰씨는 “흑돼지를 고급스럽게 관리해 모두 비싸다고 알고 있으며, 먹는 분들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흑돼지는 고급화되어 있다. 비싸고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인식되어 있으며, 흑돼지 요리를 먹었다고 자랑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흑돼지 요리가 비싸다고 당연시하는 것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에 대해서는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흑돼지 샤브샤브를 먹으러 찾아온다. 대부분 샤브샤브를 주문하는데 모두 맛에 만족하신다.”라고 말했다. 강대용·강민구 기자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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