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라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책들과 옷가지들을 버리려 자루에 담았다. 이것을 차에 싣고 고물상을 찾았다. 책 몇 꾸러미와 옷가지들이 꾹꾹 눌러 담긴 자루들을 저울에 달고 맞바꾼 돈은 단돈 8천원이다. 주인은 “책은 금이 별로 없다”며 계면쩍은 웃음과 함께 돈을 건네고 잘 가라는 인사를 한다.
잠시 아이들이 책과 함께 즐겼던 시간들을 회상해 보았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들은 자라서 성인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자기들만의 세계로 떠날 준비를 한다.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 보석 같은 시간들이.
아이들의 손때 묻은 책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요란한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고철을 트럭에 옮기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집계가 달린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실타래처럼 뒤엉킨 고철뭉치를 꼭 집어 트럭에 담는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작업이나 섬세하고 주의 깊은 기사들의 장비기술은 경탄할 만했다. 그리고 매순간 위험해보였다. 저렇게 꺼내어 버리고 싶은 마음속 고철덩어리들을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영원할 것들을 찾아 간직하려는 욕망이 있으나 영원히 소유할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자꾸만 필요 이상의 것들을 자꾸만 쌓아놓으려 한다. 무거운 고철덩어리를 어쩌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들판에 민들레 홀씨들이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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