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여름가고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우리에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한국은 가을이 되면 조상의 넋을 기리고 가족과 친척들을 고향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추석명절이 다가올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이 명절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추석 전에, 남자들이 함께 고향을 방문하여 조상의 묘지를 찾아 벌초를 한다. 필리핀에서도 추석과 거의 비슷한 명절이 있다. 필리핀 최대 명절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만성절 (All Saint’s Day, All Soul’s Day)이라고 한다.
만성절의 첫째 날 (All Saint’s Day)은 카톨릭 국가의 모든 성인을 기리는 날이고, 두 번째 날 (All Soul’s Day)은 조상을 비롯한 먼저 간 모든 영혼들을 위로하는 때가 바로 이 날이다. 필리핀뿐만 아니라 카톨릭 신자가 많은 외국에서도 아주 큰 명절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핼러윈이라고 부른다.
만성절의 유래를 살펴보면, 만성절은 4세기에는 부활 이후 첫 8일 동안을 부활 팔일이라 정하고 금요일에 모든 성인의 축일을 지냈으며, 7세기에 들어서면서 로마의 판테온을 성전으로 봉헌하고, 봉헌일인 5월3일을 만성절로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8세기에 들어서면서 영국에서 11월1일을 모든 성인 축일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만성절이 되었다. 또한 이틀 날인 2일은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날로 정하고 사자의 넋을 달래며 하루를 보낸다.
만성절의 의미를 알아보면 이틀간 찾아오는 만성절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모두가 함께 모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고향을 방문하거나 평소 왕래가 힘들었던 가족이나 친척을 찾는 게 한국에 풍습과 비슷하다. 필리핀은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나라이기에 만성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친지들과 함께 조상의 묘를 방문해 기도를 올린다.
만성절에 하는 일로는 고향에 남아 있는 친척들은 반드시 묘에 가서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벌초 하듯이 한다.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묘비를 다시 페인트칠하면서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구들을 추모한다. 본격적인 명절날에는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가족들이 평소 먹는 음식을 마당에서 만들고 여자들은 부엌에 모여 전통음식을 만든다. 추석 연휴동안 일가친척들이 모여 송편 빚고 하는 것처럼, 필리핀에도 ‘수만’이라는 떡 빚는다. ‘수만’은 한국의 약밥과 비슷한 음식이다. 찹쌀을 설탕과 코코넛을 섞은 다음 바나나 잎에 싸서 찐다. 하지만 지역과 각 가정 마다 전통음식 만드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요리한 음식은 모두 조금씩 잡시에 담아 조상에게 간단히 올린다. 친척들과 함께 성당에 가서 기도를 다 같이 드린다. 그리고 묘를 찾아 준비한 꽃들과 촛불로 묘비에 장식을 한다. 조상들이 살아 계셨을 때 즐겨 드시던 음식, 술, 음료 등을 묘비 앞에 차려 놓는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밤새 이야기를 한다. 또한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날이기 때문에 전통놀이를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송카’이라는 전통놀이를 하거나 아니면 동네에 있는 집들을 하나씩 방문하여 핼러윈처럼 사탕을 받는다.
두 나라는 다 같이 함께 모여 묘지를 찾거나 함께 지내는 것은 비슷하지만 필리핀에는 비교적 격식을 덜 차리고 절을 하지 않고 기도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한국에는 결혼한 여성들이 추석 명절을 보내며 집안일로 힘들어 하는 반면 필리핀에서는 남녀 반반씩 일을 분담하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덜 하다. 그러나 아름답고 소중한 정서와 문화는 어느 국가에서나 소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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