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딸이 호박축제에 꼭 가야된다고 축제 몇 주 전부터 야단을 떨었다. 자기들이 출품한 작품이 있다고 하였다. 몇 년 전에 시작된 축제인데 나는 빠지지 않고 다 가 보았다. 면 단위도 아닌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 주최가 되어 축제행사를 연다는 것이 우선 신기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참석해 보니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모습답게 각양각색의 호박들을 심어 하우스 파이프로 터널을 만들어 놓았는데 충분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호박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지 새삼 놀랐다. 그리고 옛날에는 얼굴이 좀 못생긴 사람을 호박에다 비유했는데 이제 그 비유는 더 이상 의미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나 귀엽고 깜찍한 호박들이 많아서 집에서 장식용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감탄사들과 호박 속에 묻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신나고 정겨워 보였다. 아이들도 생전 처음 보는 호박들의 모습에 마냥 신이 나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맨손물고기 잡기 체험은 인기가 대단했다. 자기가 잡은 물고기를 가지고 가서 숯불에 구워주면 입가에 숯이 묻은 채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깔깔대며 맛있게 먹는 모습이 가관이다. 평소에 자주 못 보던 이웃 마을 지인들을 만나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즐거움이다. 도시에서 대규모 축제행사의 화려함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초라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최첨단 현대문명의 물결에 휩쓸려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는 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여 별로 매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행사는 계속되어져야 할 바람직한 문화라고 생각된다. 필자도 시골에 살고 있지만 요즘 시골은 적막하다. 사람이 사는지 살지 않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명절이 되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 되었다. 우리가 자랄 때만 해도 동네 어르신들이 시끄럽다고 아이들을 많이 나무랬다.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아이들의 소리가 끊이지 아니하였다. 지금은 완전히 바뀌어져 버렸다. 운동한다고 동네를 한 바퀴 산책을 하면 사람 얼굴 대하기가 어렵다.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급격하게 감소되었고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요양원에 가 계시거나 집 안에 있기 때문에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웃 동네 사람들이나 친척들과의 왕래도 많이 줄어들었다. 전에 경운기를 차에 싣다가 넘어 진 적이 있는데 혼자 세우려고 하는데 힘에 버거웠다. 혹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 있을까 마을 집집을 방문했는데 없어서 15분정도 차를 타고 와야 되는 이웃사람한테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밤이 되면 칠흑 같은 어둠과 고요가 흐를 뿐이다. 도시의 시끌벅적함과 요란함에 지친 사람들은 이런 곳에 와서 세파에 지친 몸을 조용히 회복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는 참 좋은 곳이다. 이런 가운데 장수마을 호박 축제는 단지 며칠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사람 사는 소리가 들리게 해 주었다. 어린이들의 소리가 마을에 퍼지게 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도란도란 나누는 담소가 있게 만들어 주었다. 옛날 시끌벅적하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시골장터와 같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진열된 겉모습만 보고 별로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시골에서 바쁜 농사일을 하면서 이런 축제를 준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보다 싱싱하지 못한 호박넝쿨 속에서 올해 극심한 가뭄의 흔적을 보게 된다. 말라가는 호박넝쿨을 바라보며 물이 없어 타들어가는 농작물처럼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타 들어가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그런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래도 포기하지 아니하고 기꺼이 축제를 거행한 마을 주민들에게 마음으로나마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한 술 밥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것이리라. 포기하지 아니하지 계속 조금씩 보완해 나가면서 이 행사를 계속하다보면 주위에 알려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시골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찾아오리라 생각합니다. 적막한 시골마을에 사람 사는 소리가 들리게 해 주고 사람 사는 냄새를 맡게 해준 마을주민들과 후원기관 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음으로나마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장수마을 호박축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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