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상놈: 여보세요? 거기 몰락양반 잔반 집인가요? 양반 족보 파신다면서요? 어디 가문 족보인가요? 무슨 파라고요? 몇 대손까지 나왔어요? 그럼, 얼마에 파실 거에요? 몰락 양반: 우리 집 가문은 지금도 잘 나가는 성업 중인 집안이지만 이민가게 돼서 사정상 급히 헐값으로 족보를 팔고 가는 거에요. 증조부가 누자 구자이고요, 고조부가 거자시자기자에요. 내가 지금 요 모양 요 꼴이 되어 우리 집 족보를 팔지만 우리 집 족보만큼은 빛깔 나고 믿을만한 한 거에요. 으흠. 사시던지 마시던지 사세요. 조금 깎아줄게요. `양주별산대놀이`는 중부지방 탈춤을 대표하는 놀이로서 해서지역 탈춤과 함께 한국 가면극 중 연극적인 볼거리가 풍부한 가면극이라 하겠다. 제3과장(옴중과 먹중)은 옴중의 거드름춤과 먹중의 깨끼춤이 일품이다. 옴중과 먹중이 재담을 주고받으며 춤을 추는데 특권계층의 권력남발을 풍자한다. 이렇듯 양반을 풍자할 수 있다니 사회가 바뀐 것이다. 양반을 풍자하고 이런 탈춤과 타령 창 사설시조 민화 같은 서민문화가 발전하게 된 것은 18세기 후반에 들어서이다. 삼정의 문란이 심화되자 사회를 개혁하려는 새로운 경향과 학문의 개혁론들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때 마침 새로운 이앙법인 모내기법의 혁신이 일어났다. 이모작이 가능해졌다. 노동력은 열배나 줄고 두 배의 쌀보리 수확을 거둠으로서 농가 소득이 증대되고 부농이 생겨났다. 고구마 감자 인삼 담배 같은 특화작물을 시장에 갖다 팔게 되어 전국에 장시가 생기자 상업, 수공업, 광업 등이 발달되어 많은 신흥 재벌들이 생겨났다. 대규모 공물 납품업자 상인이 나타나기도 하고 커다란 규모로 장사를 하는 거상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중국이나 일본 등과 국제 무역도 활발하게 하였다. 의주에는 청과 교역하는 만상, 평양에 유상, 개성에는 인삼을 장악한 송상, 개성에는 한강을 중심으로 한 조운 수송을 전담한 경강, 동래 왜관에는 일본과 교역하는 내상 등 전국망을 가진 사상(재벌 기업)이 번성하였다. 또한 광산업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덕대도 나타났다. 상평통보와 같은 금속 화폐가 만들어져 사용되기도 하였다. 품삯, 세금, 소작료 등을 돈으로 지불하는 화폐 경제가 발달하였다. 종래의 관영 수공업은 쇠퇴하고 민영 수공업이 점차 발달하였다. 이처럼 경제적 이변이 생기자 양반 중인 상민 노비로 이루어진 신분제 사회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라는 나라대로 큰 두 전쟁으로(임진왜란,병자호란) 부족한 재정을 채우기 위해 돈을 받고 명예직 벼슬 공명첩을 내주거나 돈을 받고 죄를 속해주는 납속책을 실시하였다. 공명첩 판매 공고: 나라에서는 특별법이 통과되어 한시적으로 공명첩을 판다. 청소년 선도부장 임명장 500냥, 포도청 운영위원회 명예 위원장 임명장 600냥, 납속책 판매 공고: 나라에서는 특별법이 통과되어 한시적으로 납속책을 판다. 경범죄나 중죄를 범했더라도 해당 금액을 납부한 자는 죄를 면하고 자유를 준다. 태형 50장 500냥, 구금 30일 900냥, 군역면제 100일 500냥. 유배 1년 5000냥. 양반은 족보를 돈으로 팔고, 돈 번 상민들은 양반 족보를 사 양반이 되고, 노비도 상민이 되고 신분사회는 이제 의미가 없었다. 양반 아닌 사람이 없었으니 서민 대중의 의식은 마침내 인간평등을 찾아가고 있었다. 먹고 살기에 바빴던 서민들이 양반처럼 풍류를 즐기고 싶었다. 홍길동 춘향전 한글소설 읽기, 사설시조 쓰기, 판소리 창하기, 탈춤 추기, 정선의 진경산수화, 김홍도의 생활 풍속도, 신윤복의 남녀 풍류도, 서민들의 문자도, 십장생, 까치 호랑이, 개를 그린 대중적 민화가 유행하였다. 이것은 천지개벽이었다. 평민이 어찌 그림이나 문자를 쓰며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쓸 수 있었단 말인가. 세상이 개벽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실감나고 세상이 미쳐버린 것은 탈춤이었다. 탈을 쓰고 양반에 대한 속 시원한 욕지거리와 비아냥을 한다.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눌린 것에 대한 인간평등의 함성 그것이었다. 양반: 말뚝아, 말뚝아, 네 이놈 어디 있느냐? 말뚝이: 누가 귀한 내 말뚝이 이름을 부르느냐? 으잉, 양반 나부렁이냐? 양반 나오신다아! 개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 소반이라는 ‘반’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끄덕끄덕 저 양반은 수원 백서방과 남양 홍서방이 한 이불 덮고 만든 접으로 된 양반이시고, 빨아 논 김치 가닥 같고 밑구녕에 빠진 촌충이 같은 저 도령은 이 몸이 평양감사 따라 갔을 때 병풍 뒤에서 낮거리로 만든 도령이시다. 남방 북방 동방 서방 니 서방인지 내 서방인지 올 서방은 오고 갈 서방은 가고.. 세상은 양반중심 사회에서 서민중심 세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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