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농사 10년 만에 냉동 창고를 장만했다. 진작 했어야 하는 건데 그동안 냉동 창고가 없어서 본 손실을 생각하면 늦어도 너무 늦었다. 하기사 십년 전 내가 이웃 어르신의 권유로 곶감 농사를 시작한 첫해엔 냉동 창고는 커녕 덕장도 없이 정자에 감을 걸었다. 곶감은 자연 건조 식품이니 바람이 다 알아서 해줄 거라 믿었고, 더군다나 내가 감을 깍아 말리는 곳이 지리산 자락이니 지리산이 알아서 다 해줄 줄 알았다. 근데 다 좋은데 정자는 비가 오면 낭패였다. 곶감은 비를 맞으면 색깔이 검게 되어 판매는 커녕 공짜로 나눠 주기도 참 거시기하다. 첫 해에 경험삼아 한동(백접/만개)을 깍았는데 정자에 비가 들이쳐서 곶감이 검게 되었다. 그래서 팔지는 못하고 아깝다고 혼자 먹다가 똥구멍이 막혀 죽을 뻔했다. 그 다음 해에는 덕장을 짓고 5동 깍았다. 덕장만 있으면 다 될 줄 알았기에 기술도 없이 무리해서 5동을 깍아 말렸는데 이제는 후숙이 또 문제였다. 덕장에서 1차 말린 곶감을 오동나무 채반에 진열하고 마당에서 햇빛과 바람으로 후숙을 시키는데 눈비가 오면 또 대책이 없었다. 그 많은 채반을 눈비가 오면 집안에 들이고 눈비가 그치면 다시 내가고 왔다리 갔다리 하다 보니 곶감이 제대로 후숙이 되지 않고 또 다시 색깔이 거무튀튀하게 되었다. 그래서 모두 똥값에 처분하고 그 다음 해에는 곶감 숙성용 하우스를 짓고 덕장도 확장했다. 이제 시설이 완비 되었다고 확신한 나는 무리를 해서 10동을 깍았다. 덕장 널널하겠다 숙성 하우스 지었겠다 겁날 게 없었다. 과연 시설 투자한 보람이 있어 곶감 10동이 잘 만들어졌는데 이번에는 보관 창고가 문제였다. 생산량이 많아져서 구정 대목 전에 다 팔지를 못하니 보관을 해야 하는데 저온창고에서는 색깔이 또 다시 검게 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해부터 수년에 걸쳐 많은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곶감이 저온 창고에서 검게 변하지 않게 하는 비법을 연구해 왔는데, 고생 끝에 드디어 그런 비법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결국 이번에 영하 20도까지 유지되는 냉동 창고를 짓게 된 것이다. 냉동 창고를 설치한 뒤 전기 기사가 와서 전기를 증설하고 연결해 해주었다. 척 보아도 실력이 있어 보이는 잘 생긴 팀장 기사랑 아무리 봐도 어리숙해 보이는 보조기사가 왔는데 보조기사의 시다바리하는 모습이 재밌어서 관심있게 지켜봤다. 팀장이 3미리 피스를 달라고 하면 보조기사는 큰 통에 섞어 놓은 모든 부품을 바닥에 쏟아 붓고는 3미리 피스 하나를 수색하는데 30년쯤 걸렸다. 팀장이 "야 뭐해 얼른줘 나 손 아파~~"하면 "예 행님 알았써요~찾고 있거만요~" 하고는 달나라로 가 버린다. 이번 전기 작업은 그닥 일이 많지 않았다. 차단기 한개 추가하고 신설한 냉동 창고에 4피선을 연결하면 끝. 그런데 솜씨 좋은 팀장이 차단기 박스에 복잡하게 붙어있는 각종 차단기를 보기 좋게 재정리하고 복잡하게 얽힌 선까지 깔끔하게 모으고 묶고 고정해 주었다. 보조기사가 시다바리만 좀 잘 해주면 금상첨화겠는데 이 친구는 부품하나 찾는데 세월이 너무 걸린다. 팀장이 부품을 달라고 할 때마다 큰 부품 통을 쏟아 붓고는 수색에 들어가는데 참으로 느긋한 방식이다. 다행히 팀장이 호인이다. 한번은 보조가 충전드릴을 떨어뜨렸는데도 팀장은 " 야~너 함마 드릴 깨먹고 이번엔 충전드릴이냐?"하며 즐겁게 웃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저 어리버리해 보이는 보조도 팀장이 되어 " 야 임마~ 너 일 제대로 못해~"하고 큰소리 칠 날이 있을 것이다. 그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한 삼천년 쯤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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