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천변 갈대숲이 옅은 가을색으로 물들고 천년교 아래 투명하게 맑아진 물위에 부쩍 늘어난 원앙가족이 한가롭다. 참 평화롭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상림 주변 풍경이다. 세상 어디에 이런 풍경이 또 있을까. 가을이다. 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이라 책 읽은지도 하도 가물하여 ‘대한민국 국격을 생각하다’라는 책한권을 주문해 샀다. 노인 대열에 진입한 나이 탓인지 두껍지도 않은 책인데도 한권 읽기가 녹녹치 않다. 한사람의 됨됨이를 인격이라 하고 인격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원만한 인격을 갖춘다는 것이 평생 탁마(琢磨)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지만 요즈음처럼 도처에 널린 오염된 사회 환경 때문에 인품을 유지하기가 더욱 힘든 듯 하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작은 마을에도 그 마을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으로 지켜오는 격이 있고, 나아가 큰 지방이나 국가에도 격이 있는 것이다. 격이라는 말은 인격, 품격, 규격, 자격 등 반듯함을 뜻하기도 하고 일정하게 갖추어야 할 조건이 되기도 하고, 대상을 평가하거나 호감도를 표현 할 때 쓰이는 말이다. 국격 이라는 것도 그 나라의 면적, 인구, 경제력, 군사력 이런 요소로 평가되지 않는다. 세계인을 품을 수 있는 박애정신의 실천 준법 수준과 질서수준 문화적인 깊이, 환경수준 메너와 친절도 이런 요소들이 모여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그 평가는 자국민이 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보는 함양군의 격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우리고장은 일로당양관(逸老堂梁灌) 같은 온 나라의 사표가 될 만큼 훌륭한 청백리(淸白吏)를 배출하였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선비정신이 살아 있는 격이 높은 고장으로 평가 받아왔다. 그러나 근래에 군민을 선도하고 보살펴야 할 관청과 조합에서 도덕적 해이로 일으킨 여러 가지 잘못된 사건으로 군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이로 인해 군격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런 독버섯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독버섯이 자랄 수 있는 환경조건이 조성되어야 자랄 수 있음으로 우리 모두가 그런 환경을 만들고 동참하고 조장하지 않았나 살펴볼 일이다. 한그루의 나무를 베면 그만한 나무를 보기 위해 베여진 나무가 자란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고장의 격을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아닌 누구도 우리 군격을 높여주지 않는다. 혼탁하게 흐르던 물이 맑아지는 것은 쉼 없이 스스로를 정화 하려는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잘못된 것을 반성하고 부족한 부분을 열심히 채워 나가려는 의지와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노력한다고 하루아침에 군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군격을 높이는 일이 결코 멀리 있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좋은 전통은 지켜내고 잘못된 것은 과감히 고쳐나가야 할 것이고, 군민을 이끌어 갈 선도적 위치에 있는 공무원과 조합 임직원들은 선공후사(先公後私)하는 자세로 오로지 군민을 위한 일만 바르게 하면 되고 군민 모두는 서로 반목하지 않고 정직하고 부정과 타협 하지 말고 법과 질서를 잘 지키고 친절하고 예의 바른 행동만 해도 군격도 높아지고 살고 싶은 고장이 될 것이다. 새로 만들어 시행된 김영란법이 부정청탁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지만 바르게 살려는 의지만 있다면 골치 아프고 복잡한 법을 알 필요조차도 없는 것이다. 국격도 군격도 개인의 인격을 기초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청명한 가을에 각자의 인격을 다듬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 시인의 서시 첫구절이 더욱 간절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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