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림 나무들을 죽이는 범인으로 아밀라리아(뽕나무버섯부치) 병원균이 지목됐다. 그러나 방제할 방법이 없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월28일 오후 함양 상림공원에서 수목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함양 상림 수목 쇠퇴원인 규명 및 방제·관리 대책 수립 용역(1년차)’ 보고회가 열렸다. 이번 용역은 천연기념물 제154호인 상림공원 내 노거수의 쇠퇴와 고사 원인에 대한 생물적·비생물적 요인들에 대한 과학적인 규명 및 방제대책을 수립해 상림의 보존가치를 재조명하고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1년차에 이어 2018년 3년차까지 계획되어 있다. 이번 용역은 차병진(충북대 식물의학과)교수를 연구책임자로 김종갑(경상대)·김기우(경북대)·한상섭(전북대)·박관수(충남대)·홍기정(순천대) 교수 등 교수진과 김철오(월송나무병원)·문희종(호림나무병원)·이광재(한우리나무병원)씨 등 수목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상림 수목 쇠퇴원인으로 높은 습도를 꼽았다. 상림 내 토양의 수분함량을 조사한 결과 평균 30% 내외로 수목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차병진 교수는 “마사토양에서는 보기 드문 높은 수치의 수분함양이다. 습도가 높게 유지되는 것이 수목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토양의 유기물 함양 과다가 토양 수분 증발을 막아 습도를 높이는 원인, 통기성 불량으로 낙엽층 분해 억제를 가져와 영양 불량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상림 나무 고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아밀라리아(뽕나무버섯부치)를 지목했다. 차 교수는 “뿌리가 고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활력이 떨어지는 나무들을 보면 뽕나무버섯붙이 병원균이 우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침엽수림에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전례가 있는 아밀라리아가 활엽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림공원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아밀라리아는 고온다습하고 수분이 많은 환경에서 스트레스에 의한 쇠약한 나무에 발생한다. 대부분 토양을 통해 전파되며, 쇠약목 또는 건강목의 뿌리와 접촉해 감염이 이뤄진다. 일단 뿌리부터 감염이 되며, 수피 내에 하얀색 균사가 생기고, 이후 수목의 아랫부분부터 썩어 들어가며 송진이 흐르게 된다. 수년에 걸쳐 서서히 쇠약해지며 수피 내에 균사가 자라기 때문에 관찰이 힘든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정확한 방제 방법이 없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방제방법이 병원균을 발견하면 뿌리체로 들어내고, 토양을 소독하지만 상림공원에서는 이를 시행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감염된 개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지만 더 이상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것이 나무의 건강을 높여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활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인 높은 습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용역에서는 상림 내 수목에 대한 전수 조사를 거쳤다. 상림 내 전체 수목 1919본 중 흉고직경 20cm 이상의 수목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졸참나무가 가장 많은 508개체, 다음으로 개서어나무 286개체, 서어나무 251개체, 느티나무 172개체, 갈참나무 90개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참나무류가 949개체로 39%를 차지했으며, 서어나무류가 537개체로 28%, 기타 활엽수가 289개체(15%)를 차지했다. 흉고직경이 70cm 이상 개체는 전체의 5%(116개체) 밖에 나타나지 않아 천년 숲 상림의 역사를 봤을 때 큰 나무들이 아주 적은 수를 차지했다. 용역을 통해 20cm 이상 수목에는 개체별 이력표와 관리번호 표찰을 부착하고 각 개체별 부위별 사진자료를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
환경적 영향에 대해서도 조사도 이뤄졌는데 우선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으며 답압(인간·가축 등에 의해 가해진 압력으로 토양이 다져지는 현상)에 의한 피해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려하는 꽃무릇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피복으로 인해 토양 습도를 높일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처 방안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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