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쌀쌀한 추위에 한 달 전의 더위가 언제였나 싶네요. 가을이면 뭐가 생각날까요? 음... 지리산의 단풍, 길가의 코스모스, 황금 들판.
하지만 저희집은요 가을이면 밤... 밤... 또 밤... 밤이 가을이랍니다. 밤이 생활이랍니다. 약 6천 평의 밤 산의 밤을 저희 부부가 매일 매일 줍고, 집에 가져와 씻고, 벌레 선별하고, 크기별로 선별하고, 저장고에 숙성하여 전국의 소비자에게 포장하여 보낸답니다.
그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쭈~욱. 매일매일 밤과의 전쟁(?)을 치른답니다. 밤을 주울 때는 밤을 담는 앞치마가 마치 캥거루 아기주머니처럼 불룩하고 걸음걸이는 펭귄처럼 뒤뚱대지요. 그렇게 알밤이 가득 차도록 밤주머니를 매달고 다닐때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서... 그렇게 쉼 없이 밤주머니를 채우고 또 밤자루에 비워 밤을 채우다보면 어느새 밤자루가 몇 개씩 생겨납니다.
아침 일찍 밤산에 올라가 점심은 매번 빵이나 과자, 생라면으로 때우는데요. 그 시간이 제일 행
복한 시간이랍니다. 쉼 없이 일하다 쉬는 그 시간이 참으로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이거든요. 그리고 또 있답니다. 남편은 저쪽 골짜기 나는 이쪽, 이렇게 산 아래에서부터 밤을 줍고 산을 오르다보면 만나는 지점이 산아래 마을과 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 중간쯤의 볼록한 정상인데요. 경치가 너무 좋고 남편과 함께 점심을 나누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픈 허리가 잊혀 진답니다. 집에서는 이제 17개월 된 딸이 친정엄마와 함께 잘 놀고 있을테고 조금만 밤을 더 주우면 산을 내려가 엄마를 반길 이쁜 우리 공주를 볼 수 있어 좋구요.
밤을 씻고 선별하여 택배 포장까지 하여 택배차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나면 보통 저녁 8시가 넘어가는데 늦은 저녁을 먹고 나면 10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지요. 그렇게 힘든 하루 일과가 반복되는 우리집의 가을. 우리집의 가을이 궁금하다며 며칠 전부터 MBC ‘리얼스토리 눈’ 방송 촬영을 하고 있는데 9월27일(화)에 나온다네요.
‘한국인의 밥상’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 방송의 그림이 너무 좋다고 하면서 촬영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힘든 일과 속에서도 촬영이라니 우리집의 가을, 이쁜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주간함양 독자님, 모두 함께 우리집의 가을 감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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