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근무하는 함양농협 휴천지점 하나로마트에서는 한 달에 2회 1톤 트럭에 각종 생필품을 싣고 노령화와 교통이 불편해 무거운 물건 구입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순회이동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ㅇㅇ마을에 한 할머니는 가끔씩 소주 1박스를 사가시면서 한마디씩 하시는데 이야기인 즉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맨날 술로 살며 가정을 등한시 하더니만 늙어서도 술 마시는 낙으로 사신다면서 눈꼴사나워도 어쩌겠냐고 하시면서 소주 한 박스를 작은 수레에 싣고 가시면서 죽으면 걸릴까 싶어서 라고 피식하고 웃으시며 집으로 향하신다.
술병만 봐도 천불이 올라온다고 하시는 할머니는 영감님이 좋아하는 소주를 안 떨어뜨리고 사 놓으시는 것은 당신의 영감님에 대한 인생의 뒤안길에서 마지막 배려가 아닌가 싶다.
국어, 영어, 수학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배려심이라고 한다. 이 말은 거창한 명인(名人)이 얘기한 명언이 아니라 필자의 아내 강여사님의 넋두리다. 만화가 허영만 화백은 “나보다 못난 사람은 없다”라는 글귀를 작업하는 화실에 붙여놓고 조금만 방심하면 한없이 오만해지는 인간의 나태함을 경계하기 위해 수시로 이 글귀를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는 잘난 사람도 참 많다. 얼굴이 잘생긴 사람/돈을 잘 버는 사람/말을 잘하는 사람/글을 잘 쓰는 사람/운동을 잘 하는 사람/ 사방에서 이렇게 잘난 사람들이 천지삐까리 인데 모두가 자신을 봐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세상살이가 참으로 각박해지고 피곤해지는 것 같다. 너무 잘난 사람만 있다 보니 조금은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하는 겸손과 배려의 미덕이 아쉽고 애틋하다. 세상살이라는 것이 모자란 사람들끼리 서로 맞추어 가면서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진데 너무 모나게 내 것만을 내세우는 사람들만 있으면 각박해지고 사는 재미가 없어지는 법이다. 내가 얼마나 잘난 사람인가 보다는 남이 얼마나 잘난 사람인가를 먼저 생각해 주고 내가 얼마나 가진 것이 많은가 보다는 남에게 얼마나 많이 베풀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될 것이다.
“앞을 못 보는 맹인(盲人)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 맹인과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을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구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 이웃들도 어떤 사람은 싫어서/마음에 안들어서 라는 비평보다는 그 이웃의 장점을 찾아보고 마음을 열수 있는 배려를 베푼다면 소통, 화합은 당연히 마땅히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된다.
신조어 중에 아폴로 신드롬(APOLO SYNDROME)이라는 단어가 회자된다. 요약하자면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집단이 오히려 성과가 낮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경제학자 메르디스 벨빈이 “팀 경영의 성과와 실패” 한국 저서명 “팀이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저자인 벨빈은 아폴로 우주선을 만드는 일과 같이 어렵고 복잡한 일일수록 우수한 지능을 가진 인재들을 필요로 하지만 실제로는 이 같은 사람들이 모인 조직의 전반적인 성과는 별로 우수하지 않음을 발견했다. 이는 우수한 인재 집단일수로 서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다가 시간만 허비하는 등 정치 역학적 위험이 존재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 마을에 보면 꼭 친숙하고 정감어린 동네바보형이 사는데 그 동네바보형도 그 마을에는 없어서는 안될 구성원일 것이고 또한 인간관계에서 아집과 독선 그리고 욕심이 인간관계를 지배한다면 그 관계는 깨질 것이요! 양보와 역지사지(易地思之) 그리고 배려가 지배를 한다면 큰소리로 부딪힐 일도 웃음과 악수로 승화(昇華)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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