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 중인 함양산청축협 양기한 조합장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제3형사부(정재수 부장판사)는 9월21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조합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30시간을 선고했다.
양기한 조합장은 지난해 실시된 3.11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후보로 출마해 조합원 A씨에게 130만원을 건네며 다른 조합원에게 건네줄 것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조합장직을 수행하며 재판이 진행되어 왔다.
지난 4월 열렸던 1심 공판에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었다.
재판부는 “지역축협 조합장 선거는 금품 등의 제공으로 인한 과열 혼탁선거 또는 선거 비리의 가능성이 공직선거에 비하여 상당히 높고,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함양산청축협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성실하게 생활해온 점, 금전의 액수가 그리 크지는 않은 점,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상당수의 함양산청축협 조합원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정상참작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항소심 선고 이후 양 조합장 측에서 상고를 하게 되면 상고심이 끝날 때까지 조합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상고심(대법원)에서도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조합장직을 잃게 된다. 이 경우 확정 판결 후 1개월 이내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에 대해 양기한 조합장은 “상고심은 법리해석이다. 다툼에 대한 명분이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조금 더 고심한 후 상고에 관해 결정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상고의 의지가 있음을 암시했다. 항소심 이후 한달 이내에 상고를 해야 하며, 또 다시 대법원 최종 판결이 있기까지 수개월 가량의 재판 과정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강대용 기자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니 너무 편안하다양기한 함양산청축협조합장“지난해 말부터 내려놓는 연습을 했습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니 너무나도 편안합니다.”
항소심 판결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은 양기한 함양산청축협조합장. 그 동안의 과정을 담담하게 설명하는 그에게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후회, 조합원 및 군민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억누르던 무게를 어느 정도 내려놓은듯한 후련함이 묻어났다.
양 조합장은 “나쁜 짓 해로운 짓을 하면 그 순간은 즐거울지 몰라도 반드시 화를 입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 같다”라며 “연륜이 깊어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모든 것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 같다”라며 후회의 말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업무복귀 이후 모임 등에서 이야기했던 것이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조차 없다’라는 말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내 양심이라 생각한다. 내 양심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는 것이다.”라며 아쉬워했다.
선거 과정에서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축협은 물론 군민들에게 물의를 일으킨 양기한 조합장. 그는 “지금 세상이 좋아 그렇지 3년 동안 산속에서 자숙해서 나와도 돌을 던질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 나도 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라며 “조직에 폐를 끼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로 인해 혼란스러워졌고 앞으로 한동안 그럴 것이다. 지난 1년여 간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맡아 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이 개선했다. 직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개선을 많이 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선거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많은 약속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거 형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거둬들인 적이 없다. 직원을 뽑을 때 모든 것을 공채로 했다. 그 동안 20년간 한번도 있지 않았던 공채였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만들었다”라고 선거과정에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조합장 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며, 공약으로 내세웠던 많은 일들을 추진하지 못하는 미안함이 앞섰다.
그는 지난해 3월 선거 이후 1년여 동안 계속된 재판 등으로 심신이 많이 쇠약해졌다. 양 조합장은 “지난해부터 허리가 좋지 않아 병원을 찾으니 ‘허리가 왜 이리 굽었어요’라는 질문을 하더라.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그 일이 있은 후 너무나도 부끄러워 하늘을 보지 못하고 땅만 보고 다닌 것이 그렇게 1년을 살아왔다. 차라리 비 오는 날이 편했다. 우산으로라도 가릴 수가 있어서. 그 동안 반성하고 자숙하며 지내 왔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상고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어느 누군가가 책임지고 혼란스러운 축협을 수습하고 제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끝으로 양기한 조합장은 “주변에서 앞으로 나이도 적지 않고 어떡할 것이냐 라고들 묻는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온 곳에 미련을 둘 생각은 없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단 조직에 대해 걱정이다. 빨리 혼란을 수습하고 축협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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