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지난여름 지독히도 비가 내리지 않더니 들쑥날쑥하며 비가 내립니다. 지난 가뭄에 농심은 작물처럼 타들어가고 저수지의 물들도 바닥을 드러내어 가을걷이를 걱정하던 차에 단비로 시름을 덜었습니다. 저수지는 차 가고 있고 논밭의 작물들에게는 생기가 돕니다. 농부들의 마음도 덩달아 넉넉해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만 이었으면 좋겠는데 더 많은 비는 지난여름을 잘 버텨준 작물들과 농민들에게 생채기만 남길 것 같은데 사람이 바라는 대로 자연이 따라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퇴근을 하면서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만월이었습니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이 밝아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달이 반쯤은 기울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가끔 밤하늘을 쳐다보는데 깜깜한 그믐부터 초승달, 그리고 보름달까지 여러 형태의 달로 인해 생겨나는 밤하늘의 모양들을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다 찼을 때 비워내는 모습에서 가끔은 경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과유불급이라 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 중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함이 가장 좋다는 의미를 잘 표현한 말 같습니다. 주먹 쥐고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사람의 일생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욕심은 어디가 끝인가를 모르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가득 차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개념에 사로잡혀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비어 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세상은 항상 1등만을 기억한다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둘째도, 셋째도 그리고 꼴찌라도 나쁜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정이 수그러드는 것이라 해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조금은 모자라는 듯한 그리고 차게 되면 비울 줄 아는 겸손과 지혜가 제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고유의 명절 한가위가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한가위’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가위가 일 년 중에서 달의 크기로는 첫째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둘째 중자를 쓰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불리는 것이리라 그리고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은 가득 차고 가장 크고 좋다는 의미만은 결코 아닐 것이리라는 저만의 해석을 해 보기도 합니다. 고유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쉼 없이 달려왔던 지난날들의 회한은 잠시 잊어버리고 달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한가위, 재충전으로 활력이 넘치는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으로서의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