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도 물러가고 추석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고향 귀성길을 생각하면 교통체증으로 인한 걱정보다는 부모, 친지들을 만날 기대감으로 벌써 가슴이 설레게 됩니다. 팔월 한가위는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 함께 모여 차례 음식상을 차려놓고 조상님들을 기리며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입니다. 여느 명절처럼 가족끼리 함께 보내면서 혈연의 가족 연대감으로 삶의 활력을 재충전하는,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어린 시절, 명절이 오면 외지로 나갔던 형님들도 돌아오시고, 삼촌들의 선물 꾸러미로 마냥 즐거웠습니다. 요즘은 핵가족화와 가족의 해체 등으로 명절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도 사실이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명절은 그리움과 행복의 옹달샘입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듯이, 아직도 명절은 살아있는 가족들이 삶의 행복을 함께 할 수 있는, 화합의 축제날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가족 전문가인 스콧 할츠만은 『행복한 가족의 8가지 조건』(스콧 할츠만, 테레사 포이 디제로니모 저)에서 그간의 임상경험과 ‘행복한 가족 설문’을 토대로 가족 행복의 비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할츠만 박사가 찾아낸 가족 행복 조건은 ①가족의 가치관 확립과 실천 ②헌신하기와 소통하기 ③아낌없이 지원하고 지지하기 ④자녀교육하기 ⑤융화하기 ⑥정정당당하게 갈등을 해결하기 ⑦고난과 시련 후 회복하기 ⑧함께 휴식하기입니다. 할츠만 박사는 이런 행복 조건들이 가족 내에서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며, 한번 만들어진 ‘가족 행복 유전자’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대대로 대물림할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는 24년 간 가족 행복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행복함을 느끼는 가족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며, 고난이나 슬픔을 훨씬 더 슬기롭게 극복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적ㆍ물리적ㆍ유전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할츠만 박사가 지적하였듯이, 자신의 불행 원인을 ‘가족 문제’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유년시절에 가족 간의 유대가 원만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은 불행하다는 좌절감을 자주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반면에,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가족’ 때문에 행복하다고 합니다. 가족에 대한 행복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잘 컨트롤하며, 어떠한 역경에도 잘 견뎌내며 긍정적으로 잘 해결합니다. 더욱이 행복한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들 역시 행복감을 잘 느끼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종영되었던 KBS 2TV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은, 재혼하는 부부가 가정을 새롭게 가꾸어 가는 과정을 통하여 ‘가족’의 소중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처럼 각박한 세상,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데 가족 간의 사랑이 그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특히 사별과 이혼의 상처를 딛고 재혼하는 과정에서 ‘아이 다섯’을 새로운 가족으로 결합하려는 부부의 남다른 희생과 노력은 눈물겹기도 합니다. 새엄마, 새아빠로서 거듭나기 위해 부부는 아이들의 눈높이로 다가가 아이들과의 갈등을 사랑으로 감싸 안으며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가족 탄생을 위한 진통과정이라고 여겨집니다. 한 인간의 삶은 가족을 토대로 만들어집니다. ‘완벽한 가족’은 없습니다. 하지만 가족 간의 갈등이나 슬픔까지도 함께 나누며 사랑으로 융화되는, ‘행복한 가족’은 우리들 주변에 많습니다. 동시에 남보다 못한 ‘불행한 가족’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혈연을 함께 하는, 소중한 인연을 복원하여 우리 자녀들에게 행복으로 잇는 가족의 연대감을 물려주어야 합니다. 가정은 행복할 줄 아는 능력을 대물림하는 곳입니다. 행복한 가족에게서 행복한 인간이 탄생하며, 성공하는 가족에게서 성공하는 인간이 탄생한다고 합니다. 삶은 유한하지만, 가족의 정신적 유산은 영원합니다.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유산, ‘가족의 이야기’는 ‘사랑’입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족은 더욱 사랑해야 한다는 진리를 한가위 보름달처럼 삶의 이정표로 빛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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