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고향이 그리워집니다. 왠지 모르게 어렸을 때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집에서 보이는 산이 노란색 빨강색 갈색 등 여러 색으로 옷을 바꿔 입어갈 때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던 그 때가 언제일까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일하면서 폭염 때문에 아주 고생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추워져서 그 추위를 적응할 시간도 갖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인간들이 자연을 마구잡이로 훼손해서 그에 대한 대가로 늘 당연했던 계절이 없어져 가는 것이겠지요. 올해는 겨울을 준비하며 조금씩 다가오는 가을을 즐기지 못하는 걸까요? 그러나 그 속에서 계절의 변화는 대단합니다. 날씨는 가까워지는 추석에 맞춰 가을이라는 계절을 만들어 내니까요.
마트에 가보니까 이제 추석선물을 준비하고 계셨어요. 한국에 와서 어려웠던 것 중의 하나가 명절 보내기였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하는 명절풍습을 줄곧 일본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추석에 먹는 음식이 송편인지 떡국인지 그런 사소한 내용 잘 몰랐습니다. 때문에 친척들과 함께하는 그 자리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친척들이 함께 모여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와서 같이 음식도 먹고 함께 하라고 하시지만 왠지 그 속에 들어가지 못하여 외롭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국경을 넘어서 시집왔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 이었습니다. 제사상을 준비할 때도 일반적인 방식과 또 집집마다 있는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오랜 경력이 있으신 형님께서 시키시는 것 밖에 못하고 도움도 안되고 방해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던 그 때를 생각하면 아주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감사한 것은 형님들이 그런 저를 잘 받아주시고 이야기하면서도 저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명절 전후가 되면 라디오에서 명절증후군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같은 풍습 속에서 살아와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인간관계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이 있는가 봐요. 그런 점에서 보면 저는 아주 복된 사람입니다. 명절풍습을 모르기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명절증후군에 걸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형님들께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산 지 20년째가 되어 친족이 모이는 자리가 재밌어졌습니다. 한국말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정도가 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의사소통의 중요함을 느낍니다. 다문화가정에는 아직 의사소통 때문에 많은 문제가 있는 가정이 있을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본인의 노력과 가족의 협조 그리고 제일 큰 것은 제가 볼 때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저도 노력도 했었고 가족들도 많이 도와주긴 했지만 20년 한국에서 살아왔다는 것, 20번이나 명절을 보냈다는 것 그것이 문제해결의 열쇠가 아닐까요. 아기가 태어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만 눈으로 보면서 세상을 배워가는 것과 같습니다. 속도는 조금 느릴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가르쳐주고 싶다면 좋은 환경부터 마련해주는 것과 같이 외국에서 시집온 부인이 있는 남편들은 사랑하는 부인이 한국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곳을 함께 여행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시켜주세요.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려 주는 마음입니다.
10일정도 지나면 추석입니다. 제가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고 추석이 되었을 때, 친척들이 모이면 벌초를 하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요즘은 그 모습도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 모이기 힘든 가운데 가족 모두가 오랜만에 같이 모이는 시간, 이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물론 딸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딸들과 보내는 명절이 소중합니다. 언젠가 시집을 가서 저처럼 몰라서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가르친다면 한번 한번의 명절이 소중한 것 같습니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몸만 살찌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행복도 가득 살찌고 행복한 웃음소리가 한국 전체에 울려 퍼지는 가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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