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 예약이 들어왔습니다. 추석연휴 일박이일. 외국인 단체 손님이네요. 홈페이지에 소개된 우리 집이 서양식 목조 주택이라 당연히 침대가 있을 줄 알았다 합니다. 침대 방은 없다 하니 자기네들끼리 한참 뭐라 뭐라 해쌓더니 그냥 노배드룸 오케이 하네요. 근데 지리산 골짝 마을 민박집을 외국인이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여행사에서 외국인 숙박이 가능한 저렴한 곳이라고 소개를 해 주었다합니다. 나는 속으로 우리 집은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민박(펜션)으로 알려져 있는데... 외국인도 안 될거야 없지만 그렇게 홍보한 적이 없는데 싶어 의아해 하다가 아하~ 짚이는 게 있어 무릎을 쳤습니다. 수년 전 프랑스인 가족이 반려견을 데리고 3박4일 숙박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가족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올린 적이 있는데, 여행사 직원이 그것을 (검색해서? 우연히?) 읽어보고 소개를 한 모양입니다. 그때도 딱 이맘 때였어요.**** 우리 집에 프랑스인 가족이 민박하러 왔다. 지리산 골짝 마을 우리 집을 우째 알고 왔는지 개 한 마리 포함 네 가족이 택시를 타고 올라 왔다. 나는 프랑스 남자를 보고 키가 너무 커서 놀랐고, 프랑스 여자를 보고 키가 너무 작아서 놀랐다. 프랑스 여자 아이를 보고 너무 예뻐서 놀랐고, 데려온 개가 너무 시꺼매서 놀랐다. 그래서 내가 물어 보았다. 프랑스 남자는 다 이렇게 키가 크고 프랑스 여자는 다 이렇게 키가 작고, 프랑스 아이는 다 이렇게 예쁘고 프랑스 개는 다 이렇게 시꺼먼 거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프랑스 남자치고 키가 조금 큰 편이고 자기 아내는 프랑스 여자치고 키가 조금 작은 편이란다. 자기 딸은 프랑스 아이치고 조금 예쁜 편이고 자기 개는 프랑스 개치고 조금 시커먼 편이라 하면서 즐겁게 웃는다. 전화 예약할 때는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한마리 데려 온다고 해서 충실한 맹인 안내견을 보리라 생각했었는데, 아무리 봐도 리트리버라고 볼 수없는 시커먼 큰개가 한 마리 따라왔다. 그 넘은 우수한 혈통의 후손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견종의 조상들이 오랜 세대를 거쳐 엉덩이를 맞대고 협력해 왔음을 짐작케 하는 개였는데, 풍채가 당당하고 기품이 느껴져 내 마음에 쏙 들었다.(사실 내가 싫어하는 개는 거의 없다.) 걸음걸이도 기품이 있고 처음 보는 사람을 가족처럼 편안하게 대하는 것을 보니, 외모는 약간 혼란스럽지만 영혼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커다란 반려견을 동반한 여행이라 숙소 문제 등 여러 제약이 있어 그렇기도 하겠지만 여행사 가이드를 따라 다니는 단체 여행을 하지 않고 시골 민박집에 묵으며 주변 볼거리를 물어물어 찾아다니는 게 보기가 좋았다. (그래... 이게 진짜 해외여행이지...암~) 외국인이 지리산 자락에 있는 절에 관심이 많아 하루는 대원사 절에 대해 물어보더니 택시를 불러 타고 갔다. 물론 개도 데리고 갔다. 택시 기사가 처음엔 개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주인이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또 개가 워낙 얌전해 보이는지라 고개를 끄덕이더니 도그오케이 하고 기꺼이 태워주었다. 처음에 외국인 부부가 딸과 함께 온다고 해서 보고 괜찮으면 추석이라 집에 와있는 큰아들을 소개 시켜줘야겠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형같이(보다) 예쁜 그 아이는 이제 겨우 일곱 살이란다. 다른 객실에 묵는 손님이 “외국인 딸애 죽이네~ 죽이네~”하길래 내가 깜짝 놀라서 “부모가 애를 때리느냐?”고 하니, 아이가 너무 예쁘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 한다. 헐~ 예뻐면 예뻐다고 말해야지 죽인다고 하면 어쩝니꺼? 갱상도 아저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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