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함양은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이다. 지리산과 남덕유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고산지대에서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는 대한민국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 지나다가 필자의 집에 방문한 도시에 사는 지인들은 하룻밤만 지내도 연신 감탄사를 발한다. 공기가 너무 좋다. 마음이 시원하고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나도 언젠가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면서 좋은 땅 나오면 연락해 주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부탁도 한다. 매일 이곳에 몸담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할지 모르나 외부사람들은 금방 알아본다. 며칠 전에도 한 20년 만에 만난 친구가 와서 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는데 친구의 부인이 저녁을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상추쌈이 너무 맛있다며 월래 밥을 많이 먹지 않는데 자꾸 먹고 싶어진다며 남편이 신기해 할 정도로 많이 먹었다. 옆에서 나는 이 상추는 해발 600고도의 남덕유산 기슭에서 자란 것이라 기온이 높은 남쪽지방이나 하우스에서 재배한 상추와는 다른 맛이라며 우리고장을 어깨를 으쓱이며 자랑하였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디서 쓰레기를 태우는지 냄새가 났다. 천안에 살다가 시골로 온지 이제 3년이 되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화려한 도시에 비해 여러 가지 불편하고 부족한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골에 사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지키고 가꾸어가야 한다. 돈이 들어가지 않고도 누릴 수 있고 또 조금은 돈과 수고가 들어가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가끔씩 풍겨오는 비닐 태우는 냄새, 각종 생활쓰레기 태우는 연기와 냄새는 참으로 고역이다. 몇 시간을 그 냄새를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연로하신 분들이 쓰레기를 분리 수거해서 면소재지에 있는 쓰레기 수집 장소에 버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쓰레기를 모아서 태우면 쉽고 깨끗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한편으로 이해는 간다. 하지만 무슨 좋은 대책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마을 앞에 저수지가 있는데 비가 오면 온갖 쓰레기가 둥둥 떠 내려와 모인다. 저수지에 물을 빼면 산언저리에 나 뒹구는 쓰레기를 보노라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거릴 때도 있다. 우리 집을 새로 신축하였다. 옛날 집을 뜯고 조립식으로 새로 지었는데 집을 뜯고 짓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자재들을 태워서 냄새를 내고 쉽지 않았다. 그래서 구 건물에서 나온 큰 나무들은 나무보일러를 사용하는 앞집에 주었고 잔 나무들은 가지런히 모아서 이웃마을에 사는 나무를 때는 사람에게 차로 실어다 주었다. 그리고 판넬에서 나온 스티로폼은 큰 것은 묶어다가 버렸고 작은 것은 벼를 담는 큰 자루를 가게에서 사다가 담아서 쓰레기 수집 장소에 가져다 놓았다. 철은 철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병은 병대로 철저하게 분리해서 버렸고 일반쓰레기와 건축폐자재들도 쓰레기봉투를 사다가 담아서 버렸다. 박스는 박스대로 가지런히 모아 박스를 힘겹게 모으시는 할머니 집에 차로 부지런히 실어다 주었다. 힘도 들고 돈도 들었다. 다 모아서 사람들이 보지 않는 밤에 태우면 쉽다는 주위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렸고 나 자신도 여러 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젠 4개월 만에 집이 다 완성되어 간다. 새 집이 생긴 기쁨도 있지만 마음 한 곳에 뿌듯함이 자리 잡고 있다. 집 공사를 시작해서 마칠 때까지 밤이든 낮이든 한 번도 쓰레기 태우지 않았다. 집을 뜯으면서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먼지로 주위사람을 힘들게 했을지 모르지만 연기로 힘들게 하지 않았다. 이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닐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한 것일지 모르지만 현관 앞에 서서, 마당에 서서 맑고 깨끗한 공기를 뿌듯한 마음으로 마음껏 들이마시는 남이 모르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앞으로도 다른 사람 탓하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조그마한 일을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아 보일 때도 있지만 나는 계속 해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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