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 경비를 군청을 비롯한 지역 업체들에서 찬조금 형식으로 전달한 것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강력한 수사가 시작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8월8일부터 3일간 전직 의장과 부의장, 당시 의회 사무과 직원, 군청 담당자, 업체 담당자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5월 20일부터 9박 10일간 북유럽(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해외연수를 하면서 사용한 경비 중 군수와 군청 실·과장, 그리고 지역 업체로부터 1550만원의 찬조금을 지원 받은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찬조 받은 목록과 금액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개한 당시 연수 경비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되었으며, 이를 경찰에서 입수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찬조금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당시 해외연수를 가기 전 공항에 함께 모인 자리에서 찬조금을 낸 이들의 직책과 금액을 단체 카톡방에 올렸다. 이를 본 군의원 한명이 삭제를 요청했으며, 모두 참여한 자리에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어떤 경로를 통해 찬조금 목록이 유출되었고, 급기야 경찰에서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이 입수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농XXXX장 1백만원’, ‘부X수 50만원’, ‘XX실장 50만원’, ‘진X건재 1백만원’, ‘백봉투(군수) 5백만원’, ‘하X공원 2백만원’, ‘임XX 3백만원’, ‘버스안 봉투(의장) 2백만원’, ‘XXX과장 30만원’, ‘XXX과장 20만원’ 등 합계 1550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협찬 목록에는 군수와 부군수, 실과장, 전·현직 의장을 비롯해 지역 기업까지 10명이 거론되고 있다. 군수와 부군수 실과장 등이 650만원을, 군의회 전현직 의장이 500만원, 지역 기업 등에서 400만원을 군의원들의 해외연수에 찬조금으로 전달된 것이다.경찰 수사 진행 상황은
경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군의회에 도착한 것은 8일 오전 10시께. 경찰은 압수수색과 함께 관련인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에서 본격 수사를 진행한 배경은 내부 제보로 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압수수색 이후 오후 4시께 전직 황태진 의장과 유성학 부의장, 그리고 해외연수 당시 총무를 맡았던 박준석 군의원, 당시 군의회 회계담당자,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민간업체 관계자 등이 도경에 출석해 조사가 진행됐다. 이날 조사는 자정까지 장시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9일과 10일에도 당시 군청 과장급과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관계자의 조사가 진행됐다.
앞으로 수사가 어느 선까지 진행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경찰에서도 돈을 건넨 정황이 드러난 군수의 소환 조사 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찬금 그리고 선거법 위반
해외연수 관련 ‘대가성이 있느냐’가 주요 쟁점이다. 대가성 협찬금의 경우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규정 위반으로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협찬금을 건넨 군수와 군의회 의장 등 선출직의 경우 대가성 여부에 대한 집중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역 민간 업체 역시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 뇌물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함양군에서는 실과장협의회에서 협찬금을 냈을 뿐, 군수가 직접 돈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함양군의회 관계자는 “당시 해외연수 협찬금은 모두 공동경비로 사용한 것이며,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전혀 없다”라며 “군의원 모두가 함께 해외연수를 다녀왔는데 어디서 이런 문제가 불거졌는지 모르겠다”라고 설명했다. 찬조금 내역은 왜 퍼졌을까
함양군의회 해외연수와 관련해 찬조금을 받았다는 내역은 앞서 한달여 전부터 군민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7대 함양군의회 하반기 군의회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군의원 간 갈등이 발생한 시기다.
지난 7월1일 오전 군의원 전원이 참석한 원구성 협의자리에서 고성이 오갔다. 군의회 의장 자리에 대해서는 사전조율에 의해 협의가 이뤄졌으나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의원 간 이견으로 인한 것이었다. 급기야 일부 의원이 임시회에 참석하지 않고 자리를 이탈했다. 군의회 안팎에서는 이번 경찰 제보가 상임위원장 자리에서 밀려난 일부 군의원의 내부 재보에 의해 이뤄졌을 것이라는 말들이 많다.
한 군의원은 “상임위원장 자리에서 제외된 이후 해외연수 관련한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라며 “함께 해외연수를 함께 사용한 금액인데 이렇게 경찰에 제보한 것은 함께 죽자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라고 씁쓸하게 말했다.말 많고 탈 많은 군의회 해외연수
그 동안 함양군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와 관련한 문제점들은 본지는 물론 군민들로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매년 되풀이되는 군의원들의 해외연수지만 지난 2014년에는 군민들의 엄청난 반감을 불러왔다. 2월 군의원들은 4박5일 일정으로 대만행 해외연수길에 올랐었다. 모두 1800만원의 예산으로 이뤄진 연수에서는 군의원 6명과 직원 4명 등 10명이 함께했다. 연수가 비난받았던 것은 잔여임기를 불과 4개월 여 앞두고 6대 의원들이 AI까지 전국을 강타해 방제에 총역을 기울이던 상황에서의 해외연수였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군민 및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으며 군의회 차원의 사과 성명까지 발표됐었다.
이 같이 군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논란이 일자 다음해인 2015년 8월 해외연수는 의원 자부담으로 이뤄졌다. 7대 군의회 의원 10명과 직원 4명으로 이뤄진 해외연수단은 8월말에서 9월초까지 중국 지역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문제가 되고 있는 가장 최근의 해외연수는 5월18일부터 27일까지 북유럽 핀란드와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을 답사한 것이다. 의원 10명과 전문위원 3명, 직원 2명의 9박10일 연수 동안의 연수에는 군 보조금 2000만원이 지원됐다. 자부담 각 130만원씩 1300만원을 합하면 모두 3300만원의 예산이 군의원 10명에게 주어진 것이다. 확인 결과 1명의 군의원이 450만, 총 경비가 4500만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예산과 자부담을 합해도 1200만원의 연수 예산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부족한 연수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에서 1550만원의 찬조금을 받아야만 해외연수를 갈 수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들의 경비는 별개로 지급된다.
그렇다면 군 예산 등을 철저하게 감시 감독하며 예산 심의를 의원들이 자신들에게 배정된 해외연수 금액에 대해 몰랐다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이미 자신들에게 배정된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고, 또한 부족분에 대해 의원 모두가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부족분에 대해서는 관행처럼 지역 찬조금 등으로 보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예산에 대한 추가 반영 등이 있어야 해외연수가 가능하다.
경찰은 문제가 되고 있는 이번 연수뿐만 아니라 이전의 해외연수 경비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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