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예술이 바로 서각이며 또한 종합예술이기도 합니다.”
서각은 조각칼 등을 이용해 나무와 돌, 금속 등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종합예술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나무판재에 글을 거꾸로 새겨 먹을 발라 종이에 찍어 책을 공급한 세계 최초의 나라이며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서각으로 만든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정자문화가 발달한 함양은 조금만 둘러보면 서각 작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함양서각협회는 8월 12일부터 18일까지 1주일간 함양문화예술회관 2층 전시실에서 ‘2016 정자문화와 함께하는 함양서각회전’을 연다. 1년에 한번 함양지역을 비롯한 각 지역 회원들이 혼신을 다해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특히 올해 전시회에는 삼림 송문영 선생의 ‘원형이정(元亨利貞)’, 함양서각협회 기당 김원식 회장의 ‘무(舞)’, 함양서각회원 김기수 ‘등불’, 대웅스님 ‘하심(下心)’, 경남대교수 우목 송태웅의 ‘마부작침(磨斧作針)’ 등 31개 작품들이 전시된다.
함양서각협회를 이끌고 있는 기당 김원식 회장은 매년 이맘때 개최되는 서각협회 전시회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김 회장은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예술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평소의 소신을 밝히며, “서각은 아주 깊은 역사를 가진 예술장르로 아주 화려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면서 현대인들의 내면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현대의 미술과도 잘 어우러지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식 회장이 처음 서각을 시작한 것은 20년 전. 어려서부터 서예를 익혔던 김 회장은 군대를 제대한 이후 서각계에서 명성이 높은 삼림 송문영 선생을 통해 서각에 입문한다. 김 회장은 “글을 써는 것과 새기는 것의 차이다. 모든 예술에는 성취감이 있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고, 조금의 후회가 남아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 중 중원대학교 교문의 작품은 동양에서 가장 크다. 가로 12m, 세로 1.8m 크기의 이 작품은 김원식 회장이 3개월 동안 혼신의 노력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김 회장은 ‘자필자각(自筆自刻)’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자기가 쓴 것을 그대로 새겨야 한다. 서각하는 사람이 예술가로서 존재하려면 스스로 쓴 글씨를 파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서각은 단순 쉬운 작업처럼 보이지만 기다림의 예술이며, 자기와의 싸움이다. 작품에 사용할 좋은 나무를 베고, 이를 1년 이상을 말린다. 그리고 작품에 사용할 수 있는 크기로 켜고 또 다시 1년 이상을 말려야 한다. 약 3년 정도의 과정을 그쳐야만 비로소 작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 재료가 만들어진다. 서각을 하는 작가들이 종합 예술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서각을 전업으로 하는 작가들은 종합 예술인이다. 칼질은 기본이고 대패질까지 모든 작업들을 해야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서각 인구가 많이 늘고 있다. 교사들이나 은퇴한 이들이 서각의 재미에 빠져든다. 서각은 아주 좋은 취미활동이다. 정서적이나 치매예방에도 좋고, 즐기면서 집중하게 만드는 아주 좋은 취미활동으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든 것이 서각의 묘미다. 그는 “1년 정도 꾸준하게 배우고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이어가면 어느 정도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칼을 사고 나무를 사고... 의외로 초창기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함양 안의는 서각의 메카이다. 정자문화가 발달한 함양에서는 흔하게 서각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 만큼 함양 사람들이 손재주가 뛰어났다는 것이다.”라며 “많은 분들이 이번 전시회를 보시고 서각의 매력에 빠지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