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개나 소나 다 시인이지요. 그러니 시인인 나도 개이고 소입니다. 전국에 시인이 4만명도 더 되니 주위에 시인 아닌 사람이 없지요. 문학관련 출판사에서 전화가 와요. 시인으로 등단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겁니다. 발간하는 책을 일정 양 사주면 글에 관계없이 시인으로 등단시켜 주겠다는 거지요. 한명 등단이 아니라 한번에 서너명 씩 문학인을 생산 방출하는 삼류 출판사가 시인이 될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시인이 되고픈 순수한 사람들을 마녀사냥식으로 사냥해요. 시인을 두고 장사하는 거지요. 한심한 문학동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삼류 문학지로 등단하고 나서 너도 나도 다 시인이라고 명함에 시인이라고 크게 써서 뿌리고 다니는 분들도 있어요. 1,2년 지나면 무슨 무슨 문학회 이사, 회장, 고문 등 직책이 한없이 나열되어 있지요. 시인은 시나 글을 열심히 써야하는 것인데 시는 쓰지 않고 문학을 그의 액세서리로 둔갑시켜요. 문학을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병풍으로 둘러치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문학을 빌미로 정치적 발판을 삼기도 하지요.
개나 소나 다 시인이면 얼마나 좋겠어요. 개가 시를 쓰고 소가 시를 쓴다면 이것은 분명 멋진 문학동네이고 지상낙원 유토피아가 아닐 수 없어요. 제발 하루바삐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우리 주위에 정말 시를 좋아해서 시를 쓰고 시를 이야기 하고 문학에 대하여 서로 발표하고 칭찬해주고 고쳐주고 배우고 가르치고 시낭송하고 시집을 내고 한다면 이것이 문학동네의 참 모습일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인이 시를 쓰지 않고 잔칫상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에요. 일년에 시 두 세편 개발 새발 땀나게 쓰고 내가 시인이라고 떠들며 다녀요. 시인이 평생에 시집 한권 분량도 쓰지 않으면서 모든 문학판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시인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로 글로 쓰는 게 문학이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그런 사람들이 실세로 유명시인이 오면 행사 맨 앞줄에 나와 악수하고 사진 찍기에 바빠요.
얼마 전 함양 상림에 몇몇 특정 시인들의 시비를 세운다는 보도가 나와서 나는 깜짝 놀랐어요. 단 한 번도 관련보도가 없다가 갑자기 5,000만원의 세금이 들어간 시비를 이미 다 만들어 세우려하다가 돌연 중단되었다고 하니 어찌된 일인가요? 시인도 모르고 문화관련 부서도 모르고 한 번의 회의도 없이 어느 한 기관장과 어느 한 문학관련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추진하였다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어요. 밀실행정과 정치문학의 한 예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전 공지도 없고 공모도 없고 심사도 없고 선정기준도 없고 공개 토의 공청회도 없고 순전히 한 단체 한 사람의 말로 누구는 선정되고 누구는 탈락되고 시비가 제작되고 세워지려 했다니 올바른 행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군민이 참여하고 문학인이 다같이 참여하고 여론수렴을 하여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열린 행정이 아닐까요?
차라리 시인들만의 시비동산이 아니라 함양을 사랑하여 쓰여진 시를 공모하여 군민참여 시비동산이 더 사랑받지 않을까요? 시인은 시인답게 시비는 시비답게 세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시비는 당대가 아니라 후대가 세워주는 것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