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에 맞춰 여러 행사가 겹치는 8월이다. 각 지역마다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함양에서도 매년 함양산삼축제가 열린다. 15년 전에 남편과 함께 상림 숲에 산책을 나갔을 때만 해도 구경거리가 없을뿐더러 현재와 같은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05년 함양으로 이사를 왔을 때 함양산삼축제가 2번째로 개최되고 있었고 상림 숲은 몰라보게 발전되어 있었다. 그리고 올해 함양산삼축제는 13번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축제 시즌이 되면 나의 고향인 필리핀에서 열리는 축제가 떠오르면서 고향이 많이 그립고 보고 싶다.
필리핀은 스페인의 문화가 곳곳에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동서양이 혼합된 특이한 문화의 성격을 지닌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화려한 축제 문화이다. 한국과 같이 필리핀에서도 각 지역마다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필리핀 사람들은 춤과 음악을 좋아해서 축제와 함께 자신의 끼를 마음껏 선보인다. 이러한 축제 문화 속에서 필리핀의 특색과 역사 또한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의 고향 벵겟 한 가운데에 있는 바기오시에서는 ‘파낙벵아 페스티벌(Panagbenga Festival)’이라고 하는 꽃 축제가 매년 2월에 열린다.
파낙벵아 페스티벌이 열리는 바기오시는 육지로 둘러싸여 있으며 약 57sq. km 정도의 넓이와 남서쪽 콜디레라 산 중앙 해발 1,500 미터에 위치하고 있다. 마닐라에서 약 250 km 떨어져, 약 5~6 시간. 평균 온도는 저지방 쪽보다 약 8~10도 낮다. 따뜻한 때의 기온은 26도를 넘지 않으며 추울 때는 약 6.3도까지 내려갈 수 있다. 그래서 한때는 필리핀의 ‘여름 수도’ 라고 불릴 정도로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기온과 위치 때문에 소나무가 많이 불 수 있고 다양한 꽃도 많이 생산 하는 지역이라 꽃 축제가 가능하다.
1990년도에 바기오 시에서 규모 7.8 대지진으로 건물 대부분이 무너지고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 속에서 고통 받은 주민들이 아픔을 극복하고 힘을 내자는 취지에서 1995년 2월 페닉벵아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10일 진행하다가 반응이 너무 좋아 2월1일부터 3월3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진행된다. 이 페스티벌의 이름인 ‘파낙벵아’는 우리 지역어 중 하나이 칸칸나이어에서 유래되었으며 ‘활짝 피어나는 계절’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바기오 주민들은 이때가 되면 일상에서 잠시 쉬며 시원한 날씨와 이 도시의 문화에 흠뻑 젖는다. 2월1일 오프닝 퍼레이드로 축제의 서막이 열리고 축제 기간 내내 각종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지고 바기오 주민들과 여러 국내외 예술가들이 한마음으로 참여, 마을 곳곳을 꽃으로 장식한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고지대의 다양한 꽃을 흉내 낸다. 꽃 침대가 놓여지고 파낙벵아 행렬이 벌어진다. 만개한 꽃들로 다양한 퍼레이드와 함께 대규모 전통 춤 공연을 펼쳐지고 축제 기간 중 주말마다 다채로운 꽃가마와 함께하는 흥겨운 민속춤 퍼레이드를 감상 할 수 있다. 매년 많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교민 분들도 힘을 합해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 국내 및 국제 사람들에게 반응이 좋아 축제를 매년 개최하게 되었고 현재는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와 꽃의 향연과 문화예술을 즐기는 축제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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