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장하늘의 기미는 헤아릴 수가 없어 억눌렀다가는 펴고 폈다가는 억누르니 이 모두 영웅을 우롱하고 호걸을 거꾸러뜨리는 짓이다. 그러나 군자는 운명이 역(逆)으로 와도 다만 순리로 맞이하며 편안하게 살 때에 위험을 생각하니 하늘도 또한 그 재주를 부릴 수 없으리라.<원문原文>天地機緘(천지기함)은 不測(불측)하여 抑而伸(억이신)하고 伸而抑(신이억)하나니 皆是播弄英雄̖(개시파롱영웅)하고 顚倒豪傑處(전도호걸처)니라. 君子(군자)는 只是逆來順受(지시역래순수)하고 居安思危(거안사위)하여 天亦無所用其伎倆矣(천역무소용기기량의)니라.<해의解義>참으로 하늘의 조화와 운명의 장난은 인간의 짧은 소견으로는 헤아릴 길이 없다. 아무리 성의를 다하고 노력을 기울여도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가하면 어느 순간에 활짝 피어나 영웅이나 호걸의 큰 뜻을 펴는 수도 있다. 그런가하면 아무리 영웅호걸도 순식간에 전락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군자는 이러한 운명의 조화에 희롱당하거나 하늘의 시험에 쓰러지지 않는다. 인격을 닦고 마음을 수양하는 동안 천지의 조화와 운명의 법칙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명이 거꾸로 찾아와도 순리대로 맞이할 줄 안다. 역경이 찾아오면 이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기보다는 순순히 그 역경을 참으며 대를 기다리는 것이다. 또한 편안하고 한가할 때에도 마음을 놓지 않고 위험이 다가올 것에 대비하기 때문에 일단 위험이 가까이 다가오면 즉각 대처해 나간다. 그러므로 아무리 험난하며 짓궂은 운명의 장난이라 할지라도 군자에게는 그 재주를 부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글은 역리를 순리로 맞이하여 편안할 때 위태로움에 대비하는 것이 운명에 희롱당하지 않는 유일한 길임을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주註>機緘(기함) : 비밀스럽고 막힌 것, 기밀, 비밀. 伸(신) : 폄, 운수를 펴나게 함. 播弄(파롱) : 희롱, 우롱, 뒤집었다 엎었다 하며 농락함. 顚倒(전도) : 뒤집음, 엎어지게 함. 只(지) : 다만. 思危(사위) : 위태로운 일을 생각하며 미리 대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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