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년을 넘게 여름만 되면 모시옷을 입는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로 좋다는 표현을 한다. 시원하겠다. 보기가 좋다. 손질을 어떻게 하느냐... 여름 초입인 유월 육일은 국가적으로는 현충일이고 내 개인에게는 여름 옷 준비를 하는 날이다. 삼 십 후반에 모시옷을 입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좀 뜨아했다. 이런 옷을 입기에 너무 젊지 않느냐는. 그래도 같이 입는 친구들이 있어 우리옷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우선 모시옷에 대한 자랑을 하고 싶다. 굉장히 시원하다. 어느 옷감에 비할 데가 없다. 또한 경제적인 면에서는 최고다. 20년이 지난 옷을 입고 나가면 유행이 지난 것을 다 알기에 본인부터 선뜻 입기가 꺼려지지만 모시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 옷감이 상하지도 않는다. 철이 지나면 물에 빨아 장롱에 넣었다 다음 해에 꺼내 밥풀에 조물조물 치대어 널었다 잘 개켜 운동하는 셈 치고 밟는다. 지금은 다듬이질을 할 수 없으니 이렇게 대체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림질을 하면 빳빳한 새 옷이 탄생한다. 해마다 감탄한다! 여름에 모시옷 서너 벌이면 한 철을 보낼 수 있어 나는 다른 여름 옷이 거의 없다. 이 얼마나 경제적인가. 학교도 들어 가기전부터 나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고 온 가족의 여름 옷에 풀을 먹이는 것을 보고 자랐다. 베겟닙과 삼베이불도 풀을 먹이는 대상이었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풀을 하고 내장고가 없던 그 시절 미처 다림질하지 못한 옷은 쉰내를 풍기고 그러면 다시 풀기를 빼고 또 풀을 하고 어느 정도 마르면 두드리고 밟고 하여 다림질을 시작했다. 지금이야 물 뿌리는 용기가 좋아 더 말라도 걱정이 없지만 그때는 거의 입으로 물을 뿜어 습도를 맞추었으니 얼마나 고역이었겠는가. 그 노력을 조금이라도 덜려고 어머니는 새벽 이슬에 풀한 옷을 널어 습기 조절을 하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문명 세월에 살아 풀을 먹이고 알맞게 말랐다 싶으면 잘 개켜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시간이 날 때 꺼내어 다림질을 하면 된다. 절대로 풀이 쉰냄새를 풍기는 일은 없다. 심지어 다리미에서 습기까지 뿜어주니 모시옷 손질하기가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그때 할머니와 어머니께서는 풀 농도와 습기의 정도, 솔기 다림질 등 어느 것도 나에게 말씀 하시지 않으셨으나 나는 그때의 어른들처럼 똑 같이 옷을 손질해 입고 있다. 뜬금없는 이야기 같으나 내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이 이야기를 읽고 학부모님께서 바로 알아 차렸을 것이다. 아주 풍족한 가정에서 없는 것 없이, 다른 아이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해 주는 그 사랑 방법이 아이가 부모님께 고마워하고 계속 말을 잘 듣겠는가 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부족하지만 부모님이 바른 생각과 행동으로 실천한다면 그 아이의 심성은 굳건한 심지가 박혀 누구보다 장대한 아이로 자라지 않겠는가. 주변을 들러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깨너머 교육! 부모님의 진정한 사랑. 학교에서의 무형의 사랑 가득한 교육.올해는 늦게 풀을 해 모시옷을 널어 놓고 창 밖을 마냥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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