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예쁜 여성 사회자: 나날이 인기를 더해 가는 ‘역사저널 ’저날’시간이 돌아 왔습니다. 오늘의 저날 역사탐구 주제는 인물편입니다. 그런데 문 시인님 박병선이란 사람 아세요?얼짱 역사 탐험대장 문쌤: 박병선이가 누굽니까?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혹시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올 대선후보자입니까?엄청 인내심이 많은 여성 사회자: 역사를 이야기 할 때 역사에 남을 인물과 애국자로 이 박병선 박사님을 빼놓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문쌤: 그래요? 박병선 박사님이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에요? 공부만 하는 사학도: 우하하하하! 역사 탐험대장이 박병선 박사님도 모르시다니 한심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흥신소를 통해 뒷조사를 하고 공부좀 했습니다. 박병선 박사님은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이 말입니다. 민간인 여성 최초로 프랑스 유학 비자를 받아 1955년 겁도 없이 나홀로 프랑스에 건너가 소르본대학과 프랑스 고등교육원에서 역사학과 종교학을 공부했다 이겁니다. 그래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겁니다. 박사님이세요. 문쌤: 학생. 그래서 그게 박병선 박사님과 역사저널 저날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말야? 시간이 많은 만년 사학도: 아, 그러니까 조용하시고 끝까지 들어보세요. 이 분이 책을 발견했어요. 무슨 책이더라? 하여간 책이요. 아... 그... 저... 역사책 직지사인가 직소폭포인가? 무슨 의궤인가 위궤양인가? 최고다 이순신 교수: 박병선 박사님은 프랑스에 건너가 유학을 하시면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임시직 사서로 근무했어요. 도서를 정리하던 중 1972년 기이한 책 한권을 발견했어요. 한자로 『직지直旨』라 쓰여진 동양책이 있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던 박사님은 깜짝 놀랐어요. 그 책은 우리나라 고려 때 발간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찍어낸 불교 관련 책)이었어요. 이 『직지』는 세계 최초의 활자 인쇄본으로 알려졌던 구텐베르크의 성서(1455년)보다 78년이나 앞선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책이었지요.1979년 박병선 박사는 또 베르사유궁 별관 지하실에서 외규장각 도서 『의궤』를 발견했어요. 그녀는 도서관 곳곳을 샅샅이 뒤져서 『의궤』 297권 모두를 찾아내어 주불 대사관에 알렸고 마침내 책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어요. 한 무명의 대학생이며 역사학도였던 그녀가 있었기에 우리나라 세계 최고의 보물 책이 휴지로 묻혀 버려지기 직전에 빛을 보게 되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기록물에 등재되기에 이르렀어요. 신이 난 사학도: 맞아요. 이 문서와 책들은 모두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에 침범하고 양헌수 장군이 목숨 건 항전으로 프랑스군이 퇴각 할 때 강화도에서 훔쳐갔던 외규장각 도서들 중 하나였어요. 역사저널 저날에 슬쩍 끼어드는 문쌤: 아,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이 보물 책들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돌려받지 못하니까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 정부가 대여해 주는 형식을 취하여 어찌됐던 가져오게 되었다는 그 책 말씀이군요. 이 책들을 최고의 기술로 원본 그대로 여러 권을 제작 발간하여 세계에 배포하여 알리고 가장 오래 된 금속활자 책이 우리나라 『직지』 임을 인정받게 되었어요. 호기심이 많은 역사학도: 그런데 의궤는 무슨 책이에요? 위궤양에 대해 쓴 의학 학술지인가요?최고다 이순신 교수: 위궤양 위궤가 아니고 『의궤』라고 불러요. 『의궤儀軌』는 조선시대 왕실이나 국가에 왕실의 혼사, 장례, 부묘, 건축, 잔치, 편찬 등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문서로 기록하여 큰 행사가 있을 때 후세에 참고하도록 하기 위하여 그 일의 전말 및 경과, 소요된 재용과 인원, 의식절차, 행사 후의 논상 등을 기록하여 놓은 책이에요. 그러니 정말 보물 중에 보물이고 얼마나 귀중한 자료인지 모르겠어요. 중국에서 조차 왕의 행차나 행사를 그림으로 글자로 시작과 끝을 자세히 적어 논 자료 책은 한권도 없어요. 조선 중세문화의 전성기 훗날을 생각한 정조대왕의 명으로 편찬되었지요.프랑스 군인이 탈취해 간 340여 책 중 의궤만 189종에 이르고 있어요. 그 중 하나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가 있어요.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수원 화성까지 행차하여 돌아오는 8일간의 행적을 그림으로 그대로 그려놓은 책이지요. 정조 19년(1795)에 있었던 8일간의 축제를 기록한 것으로 모두 8권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엄청 예쁜 여성 사회자: 이처럼 훌륭한 인물 박병선 박사님의 이야기를 어찌 한번으로 끝내겠어요. 그래서 다음시간에 정조와 화성행차와 의궤 이야기를 더 나누어 보도록 하겠어요.얼마 전 타계하신 박병선 박사님이 말씀하셨어요.“제 아무리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사료라고 하더라도 그 가치를 알아주는 역사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책이나 문서 더미일 뿐이다.”두고두고 새겨두어야 할 명심보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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