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전만 해도 귀농은 트랜드가 아니어서 2002년 2월 우리가족이 휴천 운서마을에 들어왔을 때는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살짝 묘했다. 마을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 댁 문간방을 빌려 초딩 아들 둘을 데리고 삼사십대 부부가 냄비에 수저만 가지고 와서 밥을 끓여먹고 있으니 다들 도시에서 망해서 내려온 줄 알고 추운데 따뜻하게 지내라며 땔감을 나눠 주곤 했다. 지금은 산에서 땔감을 직접 해오지만, 그 때는 아궁이에 땔감 공급하는 게 보통 어려운 과제가 아니어서 주는대로 넙쭉넙쭉 잘도 받았다. 당장 등 따시게 자는 게 문제였지 먹고 사는 일은 다음 다음 문제였다. 이웃 사람들은 도대체 아무 것도 할 거 없는 시골에서 무엇을 해 먹고 살겠다고 내려왔는지, 아이들 교육은 또 어떻게 할 건지 걱정을 해주었다. 심지어는 면사무소 직원들도 빙글빙글 웃으며 아이들도 어린데 왜 시골로 내려왔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필시 사업이 망해서 야반도주했던지 아님 병이 나서 휴양하러 내려왔을 것이라고 나름 짐작들 하는 것 같았다. 하긴 도시에 사는 친지들도 한번 씩 전화를 하면 건강은 괜찮냐고 지나가는 말처럼 물어보는 게 십몇년 째이니, 시골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으면 사람이 살만한 데가 못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세월이 흐르니 귀농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서 이제는 하나의 트랜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기 좋은 시골에서 살겠다고 내려오고 있다. 퇴직 후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중년도 있고, 시골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내려오는 젊은 귀농인들도 적지 않다.
귀농이 트랜드가 되다보니 시골 지자체에서 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귀농인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지자체마다 아예 귀농귀촌 관련 부서를 신설하여 귀농인을 위한 각종 교육부터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재정지원까지 해주고 있다. 십수년 전 내가 귀농했을 당시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구미당기는 혜택들에 나는 슬그머니 샘이 나서 도시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귀농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요즘 귀농하려는 사람들은 지자체 관련부서에서 또 먼저 귀농한 귀농인 단체의 도움으로 집터잡기부터 영농작물 선정까지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얻고 시작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귀농귀촌대학이라는 심화교육과정도 있고 새로운 농산물 판매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SNS강좌도 많고 강소농이라는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강소농은 소규모 농업인을 위한 농업경영개선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문강사의 도움아래 교육생들이 정보교류를 하며 상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찍 귀농해서 여태까지 이런저런 영농교육이나 헤택을 받아보지 못했던 나도 이번에는 강소농 교육을 받고 있다.
함양에도 귀농귀촌인들이 몰려오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이런 저런 교육프로그램이 많지만 강소농교육을 꼭 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 교육을 받으면 귀농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시골에서 자리잡고 살 수 있는지 이사람 저사람 찾아다니며 물어볼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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