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곳이 있는 사람에게 여행이란 얼마나 달콤하던가?
긴 여정의 길이든 짧은 여행이든 아주 잠깐의 외출이든지 간에 나의 공간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은 이 모두가 여행이라 생각하자. 그것은 시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날마다 반복되는 삶의 수레바퀴를 벗어났다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일상적인 것이 잠시 낯설어진다. 한동안 삶의 활력을 찾게 되는 것은 그 낯설음에서 비롯되리라.
고1인 딸아이의 치아교정을 위해 매주 토요일이면 치과를 다녀오는 일이 일상이 되었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 딸과 나는 몇 시간의 여행을 가는 거라고…….
몇 주 전의 일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연을 집약적으로 재배하는 마을에 잠시 머물렀다. 처음엔 지끈거리는 머리와 졸음을 해결하려고 들어선 그곳에서 이 여정의 대미를 맛보았다. 비가 내리는 것을 개의치 않고 오랫동안 정자에 앉아 쉬었다.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었다. 다만 수만 개의 연잎에 떨어지는 수십만 개의 빗방울들이 우리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그 무엇도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었던 격려였다.
비가 오는 날, 누구라도 집을 나서서 연밭으로 향하여 보라. 자연의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정효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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