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부서 독단 시행·관련부서와 협의 없어함양정수장 내 시비공원 제막식 연기를 놓고 지역사회 의견이 분분하다. 시비공원에 들어가는 시(詩) 선정에서부터, 군민 식수를 책임지는 정수장 내에 위치 선정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도출되면서 함양군의 행정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함양군은 지난 7월18일 오후 2시 함양정수장 시비공원 제막식 및 백일장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날은 초청인사 50명과 함양문인협회 50명, 그리고 백일장 참여 학생 100명 등 200여명이 초청되었다. 그러나 행사 2일 전인 16일 돌연 취소를 결정했다. 행사 취소 결정에 대해 군에서는 시비공원 조성에 미비한 부분 보완을 위한 조취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미비한 부분 보완으로 발표했지만 15점의 시비석 가운데 격이 맞지 않은 현대시인, 즉 검증되지 않은 시인들이 함께 들어있다는 심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막식 전 시비공원을 다녀온 한 군민은 “어떻게 최치원 선생님이나 김종직 선생님과 나란히 검증되지 않은 시인들의 시비가 들어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디에 의뢰해서 선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선정 당시부터 군에서 잘못 진행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비공원 건립 과정에서 함양군청의 행정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비공원 건립 주무부서인 상하수도사업소 독단으로 일을 진행했으며, 문화와 공원 관련 부서 등과의 소통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림공원 개발계획의 전체적인 밑그림에서 조차 시비공원 건립이 빠질 정도로 군청 내 부서 간 소통의 부재도 여실히 드러났다. 아울러 안전하고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상수도 유지관리비를 시비공원 건립에 사용한 것 또한 군청의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의 전형이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함양군의회도 간담회를 갖고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유성학 의원은 “함양군민 식수원의 보호를 위해 펜스를 설치한 것인데 물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시비 선정을 하는데도 검증되지 않은 시인들이 들어있다. 고심해서 선정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질타했다.
박기정 의원도 “어떤 이유에서든 행사 2일 전에 취소한 것을 군민 신뢰를 얻기 힘든 행위였다.”라며 “문제가 되는 사업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윤택 의원 역시 “굳이 상하수도사업소에서 공원시설을 조성했어야 했나. 안정적 물 공급을 위한 유지 보수 관리에 사용되어야할 상수도 유지관리비를 공원 사업에 투입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함양정수장 시비공원은 정수장 앞 2900㎡ 부지에 사업비 5000만원을 들여 산책로와 시비석 15점과 및 표지석 등 군민 및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됐다. 화강암 재질의 가로·세로 2mx2m크기의 시비에는 고운 최치원, 점필재 김종직, 옥계 노진, 개암 강익, 청장관 이덕무 등 함양을 빛낸 우리나라 최고문인의 대표시를 비롯해 유림면 출신 허영자 시인,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했던 김석규 시인, 그리고 정태화·오동춘·김수복·김추인·김성진·문길·권갑점·곽실로 등 함양출신 현대시인의 대표 시도 함께 마련됐다.
군은 지난해 9월 군정주요 업무계획 특수시책으로 추진보고를 했으며, 올해 5월 문인협회에 시(詩) 추천 요청 및 선정을 거쳐 18일 제막식 등 행사를 가질 예정이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군 관계자는 “군민 여론 수렴을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라고 답했다. 군은 앞으로 군수와 실과소장, 문인협회, 예총회장, 군의회, 문화원장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갖고 시비공원의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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