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으로 천생연분’ ‘백년해로’ 같은 말을 사용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부부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이 점차 퇴색해져 황혼이혼, 졸혼(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이라는 단어들과 겹쳐지기도 한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70대 한 시인이 ‘여보! 당신만을 사랑해요’라는 시집을 꺼내 보인다. 시집 제목을 보는 순간 피식! 하는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이 시집은 4000여 편의 시를 창작한 류재상 시인이 3쇄에 걸쳐 개정판으로 내 놓은 것으로 아내에게 바치는 남편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다. 어느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외치지 않았던가? ‘요즘 젊은이들이 꼰데들의 얘기가 궁금하기나 할 것 같아?’ 자신의 부모 이야기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는 젊은이에게 40여년 간 곁을 지켜준 아내에 대한 사랑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퇴색할 만도 한 세월을 함께 보냈지만 시인의 사랑은 아직도 뚜렷하기만 하다. “봄비 끝에 활짝 핀 진달래와 개나리도/얼마나 깔깔대며 우리의 사랑을 축복해 주었습니까!/아직도 우리의 첫사랑이 그대로 고스란히/남아/있기에, 세상이/날마다/한없이/아름답습니다”-첫사랑의 기쁨 中 처음 아내와 사랑의 나누던 시절은 이렇게 봄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맏며느리로 가난하고 힘든 세월을 보내왔지만 3남매를 키우며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은 아내는 지금도 시인에게는 봄이다. “여보! 우리집 대문을 활짝 열던 목련꽃도 토라져, 그만 옆집으로 가 버린 어제의 우리 부부싸움은/분명 내가 잘못했습니다”-어제의 부부싸움 中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동안 고비가 없었겠는가. 하지만 아내의 지혜와 남편의 사랑스런 화해의 메시지는 부부싸움조차 추억이 되게 만들었다. “여보! 당신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아름답게 젊어집니다/이것은 그 흔하디흔한 찬사가 아니라, 고마운 당신에게/바치는/나의 엄숙한 진실입니다/그 예쁜 얼굴에 안타깝게 늘어만 가는/주름살이 의젓한/자식들의/굵은 목소리며, 한창 빛나는 그들의/눈빛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깊은 삶의 이해 中 이렇게 시인은 자신의 삶이 아내로 인해 완성되었다고 여기며 그 바탕에는 사랑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시집 첫장을 넘기면서 오글거렸던 손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두 손이 모아진다. 류 시인은 누구에게가 아니라 아내에게만 노래하고 아내에게만 보여주고 아내만 바라본다. 그런 류 시인을 이 시집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류 시인이 아내에게 끊임없이 속삭이는 ‘사랑해요’라는 말은 이제 아내에게 전하는 고백이 아니라 누구도 쉽게 사랑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사랑해요’라며 사랑하라고 충고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회영 기자작가소개/ 月葉 류재상-1944년 함양군 안의면 출생, 안의초·중·고 졸업-1970년 서라벌예술대학 문학부 문예창작과 4년간 수석졸업-1977년 시집 ‘감하나’로 未堂 서정주 추천 등단-현재 저서 40권-1999년 제2회 ‘한국녹색시인상’, 2000년 제2회 ‘세계계관시인대상’, 2001년 제1회 ‘이육사문학상본상’, 2009년 제1회 ‘방촌문학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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