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이 인구늘리기 시책으로 (사)한 자녀 더 갖기 운동본부 함양군지회와 공동으로 ‘임신·출산·육아 성공사례수기’ 공모전을 실시했다. 수상작은 총 11편이며 다음은 우수상 수상작이다. 2014년 11월 28일 하늘도 내 맘을 아는지 비가 내렸다. 다섯 살, 세 살, 10개월 된 아이들을 데리고 이 곳 함양으로 새 둥지를 틀게 되었다. 정말 막막함이란 이런 것이었을까. 겨울에도 얇은 옷으로 생활하던 우리는 여기 주택에서는 연신 춥다는 말을 입에 달았으며 이불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우리는 서로가 친구가 되어주며 그렇게 혹독한 겨울을 집안에서만 보냈다. 봄이 오자 우리는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막내도 제법 걸음에 속도가 붙여져 오빠들을 잘 따라 다녔다. 큰 애가 어린이집에 가면 둘째는 자전거를 막내는 유모차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아이들이 귀한 시골에서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은 동네 어른신들의 또 하나의 볼거리이기도 했다. 집에서 엄마랑 같이 있는 두 아이들을 보며 어린이집에 왜 보내지 않냐는 말에 나는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 망설이기도 했다. 내가 볼 수 있으니까... 원래는 이게 정상이 아닌가? 엄마랑 노는게 가장 행복한게 아닌가? 하는 위안 아닌 위안을 삼으며 책도 보고 만들기, 그림 그리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 동네엔 가게가 없다. 차로 5분 걸어서 15분 거리에 마트가 있다. 난 아직 장롱 면허인데... 밖에서 실컷 놀다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한다. 나도 먹고 싶다. 그래 한번 가보자. 인도가 따로 없는 시골 도로는 참으로 위험하다. 거기다 개구쟁이 남자 아이 두 명을 데리고 아이들 걸음으로 30~40분을 걸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 모험이다. 막내는 유모차에 태워 4명이 졸졸이 줄지어 걸어 먹는 아이스크림은 꿀맛이 따로 없다. 그러나 함정은 집까지 오는데 또 30~40분이 걸린다는 것이다. 5분의 달콤함을 위해 우린 1시간 이상을 그렇게 걸었다. 피자가 먹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난 인터넷을 뒤져 가며 수제 피자를 만들었으며, 어느 날은 핫도그를 식빵을, 소시지 빵을 그리고 치킨까지 튀기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도시에서는 그냥 돈으로 사먹던 것들을 여기서는 직접 내손으로 내 아이들 먹거리를 해먹이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여름에는 마당 넓은 곳에 풀장을 만들어 세 아이를 놀게 했다. 영락없는 촌놈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를 제외한 아빠와 아이들은 서로 누가 새까맣게 타나 대회라도 하는 것처럼 햇볕에 그을리기 시작했고 난 그런 모습이 싫어 선크림을 열심히 발라주고 그늘로 가라고 소리쳤지만 그건 나의 헛수고일 뿐임을 알았으며 우리 아이들은 원래부터 여기 아이들인 마냥 신나게 생활했다. 서상 육십령 쪽에 산을 개간하여 과수원을 만드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으며 비용도 많이 들었다. 수개월간의 굴삭기 작업을 지켜보던 애들 아빠는 큰 공사가 끝나자 중고 굴삭기를 사서 직접 과수원 만드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우리의 놀이터는 산이 되었고 난 흙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6천평 마사땅은 아이들 놀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높이 쌓아올린 흙이 미끄럼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양말은 흙주머니가 되어 허공을 날아 다녔으며 작은 연못은 아이들의 낚시터가 되어 있었다. 4~5시간을 그렇게 끝없이 노는 아이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머리에서 발끝까지 흙으로 뒤범벅이 된 아이들을 씻기는, 주머니마다 흙으로 가득 채워진 옷가지를 세탁하는 엄마의 수고로움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 아이들만 즐거우면 되지... 작은 연못주변에서 놀던 큰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뛰어와서는 승호가 물에 빠졌단다. 너무 놀라 정신없이 뛰어갔더니 물속으로 얼굴이 들락거리며 나를 본 둘째의 첫마디는 ‘도와줘’라는 말이었다. 순간 난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서둘러 밖으로 끄집어낸 아이를 안아주기 보단 다시는 못 볼 수도 있었다는 무서움으로 화부터 낸 나 자신이 지금도 부끄럽고 미안하다. 승호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숨을 못 쉬겠었어” 이후로 우리 아이들은 물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았으며 막내가 연못 가까이라도 갈라치면 끄집어 당기기 바쁘다. 연못 속에 잠겨버린 승호의 장화 두 짝처럼 아이들 맘속에도 두려움은 사라지길 바란다. 한 번씩 너무 지칠 때 그냥 한 아이만 있었으면 집중해서 더 잘 키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하나보다는 둘, 둘 보다는 셋을 키우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많이 힘들다. 그러나 그 힘듦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힘 또한 하나보다는 둘, 둘 보다는 셋이 주는 행복감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오늘도 서로 내 품을 차지하려고, 내 옆에 자려고, 먼저 책 읽어 달라고, 먼저 자기 얘기를 들어 달라고 다투고 조르는 아이들과 또 하루를 그렇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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