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아이 안 낳는다.”아기를 낳으면서 고통을 겪을 때는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통의 기억은 사라지고 또 아기를 낳게 된다고 대부분의 산모들이 하는 말이다.
농사도 마찬가지다. 심고 가꾸어 열매 맺기까지의 그 힘든 과정을 어찌 말로 다 하랴. 그 긴 고통의 시간을 겪을 때마다 ‘어~휴 이놈의 농사 내년에는 안한다’ 하면서도 또 봄이 오면 심고 가꾸고 그렇게 해서 또 가을이 되면 수확의 기쁨에 그간의 노고는 산그늘 시원한 바람 속에 다 씻겨 지고 기쁨만이 가득하다.
수많은 농작물 중에 양파는 더 그렇다. 대부분의 채소류 농사는 재배기간이 3~4개월 정도로 짧은 반면에 양파는 재배기간이 거의 1년 정도 걸린다. 6월 중순에 수확을 끝내면 2개월 정도 공백 기간이 지나고 8월 중순이면 다시 파종을 해서 10월에 정식을 하고 그렇게 또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6월에 수확을 한다.
재배기간도 길지만 모든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요즘 기계로 심는 모종이식 방법이 있긴 하지만 대량으로 농사를 짓는 농가에나 해당되며 또 모를 키우는 폿트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여기에도 해당될 듯 싶다. 그래서 소농가들은 손으로 품을 들여 모든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그 수확시기가 같은 시기이다 보니 일손구하기도 어렵다. 동네 연로하신 할머니들께서도 한 분 한 분 해마다 일손을 놓고 더는 농사일을 못하시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올해도 양파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심은 것을 수확할 때까지 참으로 힘든 과정을 겪었다. 유기농 인정은 받지 않았지만 유기농 재배과정으로 재배를 했다. 8년 전 처음 무농약 인정을 받아 농사를 지었지만 2년마다 인정을 갱신해야 하는데 인정받기 위해서 하라고 하는 것은 많으면서 지원은 별로 없어서 두 번 갱신을 하고 그 뒤로 갱신을 받지 않고 그냥 농사를 짓고 있다.
매년 양파를 구입하시면서 내년에도 농사를 지어줄 것을 부탁하시는 고객 분들의 성원의 보답으로 매년 그렇게 농사를 지어왔다. 미생물발효퇴비를 뿌리고 검은 비닐을 덮어 모종을 심고 겨울을 넘기고 봄이 되자 모종 심은 양파사이로 풀들이 대거 머리를 들이밀고 올라왔고 그 풀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뽑아주기를 보통 다섯번 정도를 해야 어느 정도 풀이 잡힌다. 올해는 줄인다고 줄여서 심었는데도 200자루를 캤다. 평년작은 한 샘이다.
수확을 하면서 내년에는 다시는 양파 안 심는다 다짐했지만 양파를 구입하신 고객님들께서 양파를 다 먹을 때까지 놔둬도 썩지 않는다고 하시며 양파로 즙을 짰는데 양파냄새도 안 나고 달고 맛있다며 내년에도 농사 잘 지어 맛있는 양파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시는 것이다.
아~ 우째야 하노. 8월에 씨앗을 파종해서 내년 6월에 또 수확? 그 긴 고통의 시간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생각만 해도 들뜨기는커녕 저절로 눈이 감기고 머리가 흔들어진다. 제일 힘든 것이 풀과의 전쟁이다. 제초제 한 병이면 해결될 것을 손으로 풀을 다 뽑으려니 쪼그리고 앉아 풀 뽑는 그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시는 안하고 싶은 과정이다. 몇몇 소비자분들의 전화를 받고 아내가 내게 제안을 했다. 소비자분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분들 것과 우리 먹을 것 그것만 쪼금 합시다?
사실 풀 뽑는 것은 아내가 다 한다. 풀 뽑을 때면 저녁마다 다리가 아파 걸음도 못 걷겠다고 했지만 벌써 그 고통을 잊어가는 건가?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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