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시간에 기도를 하고 있는데 예취기 소리가 들려 창밖을 보니 이장님이 예취기를 메고 마을입구에 풀을 깎고 있었다. 이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으나 70대의 어르신이 풀을 깎고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기도를 마치고 거들었다. 초봄부터 자라 무성하게 된 풀들이 베어지고 정리되어 마을입구가 한층 깨끗해졌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한 사람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고 크다. 한 사람으로 인해 기쁨과 평안을 누리기도 하고 한 사람으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난과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지난 주일에는 성경 사무엘하19장에 나오는 지혜로운 한 여인을 통하여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설교했다.
다윗이 왕으로 있을 때에 세바라는 사람이 반역을 일으켰고 많은 사람들이 세바를 따라가 다윗을 대적하였으므로 나라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세바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데리고 아벨성에서 싸움을 준비하고 있을 때에 한 지혜로운 여인이 그 지혜로 그 성 사람들을 설득하여 세바를 제거함으로 반란을 진정시키고 성을 구하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던 말씀이다. 여인의 몸으로 싸움의 현장에 직접 나선다는 것은 쉬운 일을 아니지만 이 여인은 담대하게 싸움의 현장에 나가서 문제를 해결하여 동족간의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루었다. 이 지혜로운 여인의 이름은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다만 ‘지혜로운 여인 한사람’ 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도 그 시대에 사명을 다하며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모든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분들도 많다. 그 분들을 업적이 후손들에게 칭송받고 존경의 대상이 되고 삶의 모범이 되지만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삶속에는 보이지 않는, 이름 없는 많은 분들의 수고와 지혜로운 삶의 결과로 이루어진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양파수확이 거의 끝나고 모내기를 하고 있다. 논은 또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넒은 논에 심겨진 그 많은 양파를 수확을 하느라 땀 흘리며 수고한 손길들을 통하여 새삼 한 사람 한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생각해 보았다. 품삯을 받고 일하는 손길이고 누구하나 그 수고를 기억하거나 이름을 알아주지 않지만 그 수고를 통하여 양파의 수확이 이루어지고 그 분들의 수고로 양파를 수확하였기에 모내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은 중요하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고 기억하지 않는다 해도 묵묵히 내 있는 곳에서 그 역할을 감당 할 때 아무리 미미해 보이는 것이라 해도 그것을 통하여 큰 일들이 이루어진다. 그러한 일들은 대단한 결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있는 곳에서 올바르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텃밭에 감자를 수확하고 그 자리에 들깨를 옮겨 심었다. 밭에 심겨진 땅콩, 고추, 호박, 옥수수, 도라지, 상추, 오이, 생강, 토마토 등 내 한 사람의 손길을 통하여 가꾸어진 식물들을 보면서 흐뭇한 마음을 가진다. 이 만큼 자라기까지 매일 아침 풀을 뽑고 가꾸는 수고를 계속해온 결과임을...땅콩, 고추, 호박, 옥수수, 도라지, 상추, 오이, 토마토 등 눈에 보이는 채소들을 텃밭에 자라게 한 것처럼 목사로서의 그 역할도 바르게 감당하고 있는지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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