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장명리를 탐한 마음을 뿌리뽑지 못하는 사람은 비록 천승(千乘)을 가벼이 여기고 한 표주박의 물을 달게 여길지라도 사실은 세속적인 정에 떨어져 있는 것이요, 객기를 융화시키지 못한 사람은 비록 은혜를 끼치고 만 대에 이익을 줄지라도 끝내 부질없는 재주에 그치게 될 것이니라.<원문原文>名根未拔者(명근미발자)는 縱輕千乘甘一瓢(종경천승감일표)라도 總墮塵情(총타진정)하고 客氣未融者(공기미융자)는 雖澤四海利萬世(수택사해리만세)라도 終爲剩技(종위잉기)니라. <해의解義>학자가 공부하고 수양하는 가장 큰 목적은 타고난 본연의 심성을 기르고 욕심과 객기를 없애기 위함이다. 이것을 하지 못한다면 어떤 청렴한 행위를 하고 위대한 공적을 쌓아도 결국은 헛될 뿐이다. 즉 제후의 지위와 부귀를 가볍게 여기고 한 표주박의 마실 것을 가진 가난한 삶을 감수하고 있어도 마음에서 공명심을 완전히 뿌리 뽑지 못한다면 결국은 속정에 빠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또한 천하에 은혜를 끼치고 영원히 남을 위대한 업적을 쌓았다 하더라도 객기를 없애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그 객기로 인하여 엉뚱한 일을 저지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잔재주나 부린 것 같이 되어 그동안의 업적을 잃을 것은 자명하다. 어디까지나 본성을 살려 욕심과 사기(邪氣)를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주註>名根(명근) : 명예에 집착하는 마음. 拔(발) : 뽑음. 縱(종) : 비록. 輕(경) : 가벼이 여기다. 千乘(천승) : 승(乘)은 전쟁에 쓰는 병거(兵車), 옛날에 제후는 천 대의 수레를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천승은 제후의 지위를 말함. 一瓢(일표) : 한 표주박의 물, 곧 가난한 생활, 논어 옹야(雍也) 편에서 공자는 안희의 청빈한 생활을 표현해 ‘한 대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一簞食一瓢飮)’ 이라고 했다. 總(총) : 도무지, 모두다. 塵情(진정) : 먼지 속에 묻혀 있는 것과 같은 속된 정. 融(융) : 녹임, 융화시킴. 澤(택) : 은택(恩澤). 四海(사해) : 온 세상, 온 천하. 剩技(잉기) : 남은 재주, 곧 쓸데없는 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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