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작은 영화관 붐이 일고 있다. 지자체나 전문 업체 위탁을 통해 운영되는 작은 영화관은 50석에서 100석 이내 규모로 개봉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다. 함양만 보아도 개봉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진주나 거창까지 가야 한다. 영화를 보고, 간단한 간식을 곁들이고, 밥까지 먹으면 4인가족 기준으로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지출하는 금액이 10만 원 가량 된다고 한다. 문화소외지역인 군단위의 소규모 지자체 지역민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작은 영화관은 그 지역의 문화 트렌드마저 바꾼다. 작은 영화관에서 사람이 모이고 추억을 나누며 시간을, 문화를, 정서를 쌓는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지역민 가까이에서 군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바로 작은 영화관이다. 이번 기획취재는 타 지역의 작은 영화관 사례들을 통해 함양군의 유치 가능성과 유치한 이후의 활용 사례들을 집중해서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1. 경남에도 불기 시작한 작은영화관 열풍2. 영화관 없는 함양군의 현실3. 전국 1호 장수군의 작은영화관4. 전북 작은 영화관 김제시와 고창군5. 함양군 작은 영화관의 필요성인구 2만3000여명의 시골 마을 전북 장수군. 이곳 주민들은 영화를 보는 것이 일상처럼 여겨진다. 이곳에서는 멀리 전주나 남원 등 대도시에 나가지 않고 집 근처 마실 나가듯 영화를 본다. 지난 2011년 들어선 작은 영화관 ‘한누리 시네마’는 장수 군민들의 문화 향유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이다. 전국 수십개 작은 영화관의 시초가 된 한누리 시네마의 개관부터 시작된 돌풍에 대해 취재했다. 작은 영화관의 선구자 장수군장수군의 ‘한누리 시네마’는 작은 영화관의 선구자 격이다. 전국 최초로 작은 영화관이 만들어졌으며, 전국적인 파급효과를 가져 온 곳 또한 바로 그곳이다. 2011년 장수군은 영화관을 개관하기 위해 장수읍 한누리 전당 내 미술 전시장인 갤러리를 리모델링했다. 7억원을 들여 100평 규모의 영화관에 2개의 상영관과 티켓 발매대, 그리고 스넥코너 등 개봉관으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 한누리 시네마는 A·B관 총 2개관으로 A관은 총 36석, B관은 총 54석 등 모두 90석이며 3D 영사장비를 구비한 소규모로 구성되었다.개관 전만 해도 당시 인구 2만3000여명의 작은 군, 장수에서 영화관이 잘 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으며,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 무리수였다. 작은 영화관 사업은 영화상영업 및 영화비디오물을 공급하는 벤처기업 (주)글로벌 미디어테크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기업은 문화와 복지 차원에서 영화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국 100여개의 지자체에 작은 영화관 사업계획서를 보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보낸 곳은 장수군이 유일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전국에서 가장 소규모 지자체에 작은 영화관이 전국 최초로 들어설 수 있었던 이유다. 작은 영화관 개관을 위해 장수군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난관도 많았다. 소규모 지자체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장수군의회에서는 군민들의 혈세를 이 같은 곳에 쏟아 부을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꾸준하게 내 놓았다.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와 수많은 우려 속에 개봉한 작은 영화관이 바로 장수군 한누리 시네마다. 군 단위 지자체의 작은 영화관한누리 시네마는 2011년 11월 개관 이후 2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인구가 고작 2만3000명으로 이 중 영화를 볼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교통 여건이 좋지 않아 장수읍 지역민들에게는 많이 알려졌지만 면 지역 군민들에게는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던 시기 한누리 시네마는 2013년부터 어느 정도 흑자로 돌아섰다. 엄청난 흑자는 아니라 수백만 원의 흑자지만 관계자들도 뿌듯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사회적 기업으로 흑자가 발생할 경우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흑자 전환은 모두들 힘을 나게 했다. 영화관을 찾는 이들도 꾸준하게 늘어 지난 2015년에는 4만1000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장수군 인구의 2배가량이 영화를 본 것이다. 올해는 5월까지 1만5000명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골 고객들도 500여명으로 늘었다. 한누리 시네마 김혜경 매니저는 “장수군 인구가 2만여명 이예요. 영화를 보는 인구는 이 보다 적을 수밖에 없지요. 그렇지만 꾸준하게 홍보가 되어 많은 군민들이 찾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관이 몰고 온 신선한 바람한누리 시네마는 장수군민의 꾸준하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영화 개봉 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안내도 한다. 또 등록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관람권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홍보도 쉬지 않는다. 영화관이 생기며 지역사회에도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역 모임을 영화를 보면서 한다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계모임을 하고, 동창회를 열기도 한다. 군청 공무원들은 송년회를 영화 단체관람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군민들의 자긍심이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 매니저는 “어르신들이 생각하시기에 영화관이 생긴 것 자체가 아주 큰 사건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역 어르신들의 친지가 방문하면 영화관을 구경시켜 주며 ‘우리도 영화관이 있다’라며 자랑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영화관의 가장 큰 고객은 장애인 협회 회원들과 어린 학생들이다. 정기적으로 단체 관람을 오는 단체도 생길 정도로 개관 7년째를 맞는 올해 군민들 속 일상으로 침투했다. 또 한누리 시네마의 3층에는 도서관이, 2층에는 동아리실이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도 쉬는 시간 영화관을 찾는다. 물론 영화만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스넥 코너도 자주 이용한다. 한누리전당 인근에는 수영장과 체육관, 공원, 그리고 논개 사당 등 가족 나들이 코스로 각광받는 곳으로 언제든 편한 차림으로 이곳을 찾을 수 있다. <인터뷰>“장수도 하는데 함양은 더 잘 될겁니다”김혜경 한누리 시네마 매니저“인구가 2만 여명 밖에 되지 않는 장수군에서도 작은 영화관이 잘 운영되는데 이곳보다 인구가 많은 함양군에서는 대박이 날 것입니다”한누리 시네마 김혜경 매니저는 함양지역에 작은 영화관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아주 낙관적으로 설명했다. 인구 2만 장수군에서도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것을 비교했다. 그녀는 “처음 장수군에서도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공무원들도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몰라 많이 망설였다고 합니다. 작은 영화관을 추진하는 공무원의 의지만 있다면 소규모 지자체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사업입니다”라고 힘을 실었다. 한누리 시네마가 오픈 한 이후부터 줄곧 이곳에서 매니저 일을 맡고 있는 그녀는 상영할 영화를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영화관 청소까지 모든 것을 도맡는다. 그녀는 “영화관 매니저는 보통 지역 인물이 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상영이나 티켓 발매 등은 모두 컴퓨터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영화 배급사와의 조율이나 회계 등도 본사인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책임진다. 마음 편하게 영화관을 찾는 손님들을 대하고, 사소한 문제들을 처리하는 것이 그녀의 업무다. 김혜경 매니저는 “어떤 때는 엄마가 영화를 보는 사이 아이를 돌봐 주기도 합니다. 물론 바쁠 때는 그러지 못하지만. 그만큼 한누리 시네마가 장수군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장수군에 작은 영화관이 만들어진지 7년째. 잠깐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역사회 가장 큰 문화 콘텐츠로서 자리 잡았다. 김혜경 매니저는 “영화관이라는 것이 초기 투자비, 기본 설비만 갖춰진다면 꾸준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문화 사업을 위해 돈을 쏟아 붓는 것 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작은 영화관입니다”라고 조언했다. 강대용·강민구 기자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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