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인근에 있는 식당에 갔다. 다른 때는 볼 수 없었던 큰 현수막 하나가 걸려 있었다. “서하면 6.25 참전 용사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서하면 지역에 있는 교회들이 연합하여 올해 3번째로 6.26참전 군인들과 경찰관들을 초청하여 위로하는 자리를 6월24일 가진다는 내용이었다. 3년 전에 필자가 서하지역에 있는 교회를 사역하고 있을 때 인근에 있는 목사님이 이런 행사를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같이 하겠다고 하여 두 교회가 제1회 초청 위로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를 기획한 목사님이 함양재향군인회에 가서 6.25참전용사들의 명단과 거주지를 파악하여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그 행사와 취지를 설명하고 참석해 줄 것을 말씀을 드리자 모두들 기뻐하시면서 고마워하셨다고 한다. 그나마 몸이 괜찮아서 거동하실 수 있는 분들은 참석하셨지만 몸이 아파서 누워계신 분들을 볼 때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아픈 몸을 일으키시면서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시는 그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살아가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정말로 우리가 알아주고 감사를 표해야 할 사람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해야 할 사람은 그 분들이 아니라 우리들이 취해야 할 모습이 아닌가? 이 분들은 오늘 우리가 이 정도로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나라를 지켜 주신 분들이다. 자신들의 젊음과 몸을 나라를 위해 기꺼이 드리신 분들이다. 이런 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나라가 과연 있을 수 있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숙연해진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시골에 계신 분들이라 평소에 드실 수 있는 음식 말고 특별한 대접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장소를 진주에 있는 뷔페로 정했다. 집집마다 찾아가서 어르신들을 승합차에 싣고 진주로 달려갔다. 드시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렇지를 못했다. 연세들이 있으시고 몸이 이제는 많이들 쇠약하셔서 한 번 가져다 드시고는 그냥 자리에 앉아 계시는 것이었다, 가만히 보니까 뷔페 음식도 어르신들이 드실 만한 것이 그렇게 많지를 않았다. 그리고 연로하신 분들이 그 소란한 식당을 접시를 들고 다니면서 음식을 가져온다는 것이 버거운 것이었다. 차라리 어르신들이 드시기에 좋은 음식을 하나 정해서 드시게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조금 불편했지만 그래도 참전용사 분들이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셔서 위안이 되었다. 이렇게 좋은 곳으로 데리고 와서 대접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씀이었다. 조금 송구스러웠고 죄송했지만 우리의 마음만은 정말로 그랬다.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을 희생한 분들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 드리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승합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의 생각이 조금 짧았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서 진주까지 장거리 이동하는 곳도 그분들에게는 무리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모셔다 드릴 때 그 분들을 맞이하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내년에는 부부동반으로 모셔서 가까운 인근에서 대접을 하기로 하였다. 2015년 6월 제2회 초청위로행사를 가졌다. 이번에는 부부동반으로 서상에 있는 식당에서 대접하였다. “6.25참전 용사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도 식당 벽에 멋지게 걸어 놓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였다. 작년에는 뭔가 참전 용사들의 식사하시는 모습들이 조금 쓸쓸해 보였는데 이번에는 할머니들과 나란히 또는 마주 앉아서 식사하시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고 보는 우리들도 흐뭇하였다. 1년 사이에 돌아가신 분들과 올해도 몸이 아파서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다.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셔서 혼자 식사하시는 그 분들의 모습에 코끝이 찡해 왔다. 식사를 하기 전에 이 행사를 2년째 기획하신 목사님의 인사가 있었다. 6.25참전 용사들의 희생에 비해 조촐한 대접을 해서 죄송하고 몸이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하였다. 그리고 간단한 인사말을 하는 중에 천둥처럼 쿵하며 내 마음을 찌르는 말이 들려왔다. “비록 조촐하기는 하나 오늘 참석하신 여러분들 중에 마지막 한 분이 생존해 계실 때까지 이 행사를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너무나 멋지게 들렸다. 그렇다. 그래야 한다. 이 분들은 그런 대접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분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고 그런 대접을 끝까지 해야 되는 것이다. 오늘 식당에 걸려 있는 제3회 6.25참전용사 초청위로회 현수막을 보는 순간 너무나 감사했고 가슴이 따뜻해져 왔습니다. 나라와 조국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드렸던 6.25 참전용사들, 그리고 조용히 그들을 끝까지 잊지 않겠다는 후손들, 이런 분들이 진정 우리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든든한 버팀목들입니다. 지금도 그 목사님의 멋진 말이 귓가에 잔잔히 들려옵니다. “마지막 한 분이 생존해 계실 때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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