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절개와 충절의 고장 함양. 예로부터 외세의 침입에 온몸으로 맞서며 우리나라를 지켜온 함양의 옛 조상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도 당당히 맞서 싸웠다. 우리나라를 지킨 독립 운동가들이 있었기에 떳떳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함양지역에서는 초기 의병항쟁부터 시작해 3.1운동, 그리고 신간회 등 민간 활동까지 일제강점기 전후에 수많은 의로운 이들이 앞장서 독립을 노래했었다.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이들 독립 운동가들을 재조명함으로서 광복 71주년, 3.1운동 97주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기획취재보도를 통해 함양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지역민 스스로 함양인의 자긍심을 갖는 계기로 삼고자하는 것이 이번 기획취재의 또 하나의 목적이다. 이 기사는 국가보훈처, 독립기념관 등 국가기관을 자료와 함양문화원에서 편찬한 ‘함양항일투사록’과 ‘함양역사인물록(咸陽歷史人物錄)’ ‘함양군사’ 등의 지료를 참조했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1. 함양지역 항일 독립운동사2. 함양에 울려 퍼진 3.1만세운동3. 서부경남 대표 의병장 노응규 선생4. 덕유산 호랑이 문태서 장군5. 들불처럼 일어난 항일독립운동6. 되돌아보는 함양지역 항일독립운동사/원수 왜적은 우리 민족을 없애려고 배로 나르고 차로 날라 바다 속에 넣으려 하니, 우리 백성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오호라! 저들이 있고 우리가 없어지든 우리가 살고 저들이 없어지든 사생을 결단해야 하니, 이 형세를 장차 어찌 하리오? 전국의 신민이 모두 창의(倡義)하는 마음으로 뭉쳐 있으니, 4천년 역사와 5백년 종사, 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문태서 의병장 1908년 2월에 발표한 격문의 한 구절이다. 여기에는 우리 민족의 전력이 투입되어 구국의 성전(聖戰)으로 승화된 의병전쟁이 한창 절정에 달했던 시기에 결사항전을 각오한 선생의 굳은 신념이 생생하게 배여 있다. 문태서 장군의 고향 서상면 상남리 장구지. 침략자 일본에 맞서 항쟁한 덕유산 호랑이 문태서 장군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그분의 생가와 함께 위패를 모신 사당 의재사(義齋司), 그리고 유허비가 위치해 있다. 한 켠에는 덕유산 자락을 바라보고 선 문태서 장군의 흉상은 오늘도 덕유산 자락을 바라보며 침략자에 맞서겠다는 굳은 결의를 보여 진다. 덕유산 호랑이 의병대장 문태서 장군서상면 출신 문태서 의병대장은 어려서부터 담대했고 25세에 금강산에 들어가 수련했으며, 26세 을사늑약 체결소식을 듣고 하산했다.1906년 최익현과 의병을 일으켜 덕유산을 근거지로 활약했는데, 경남·전북·충남·경북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일본 헌병대를 습격하고 일본군을 사살했다.트히, 장수수비대 습격·고창곡전투·남덕유산유인작전·7읍연합수비대교전·이원역폭파 등이 유명하며 수십 차례의 격전에서 일본군 수백명을 사살하고 400여 점의 무기를 노획해 일본군들도 ‘덕유산 호랑이’라 불렀다. 문태서 의병장의 굽힐 줄 모르는 의기와 희생정신은 애국애족과 조국근대화의 싹을 틔웠고 해외 독립투쟁에도 영향을 주어 조국광복의 밑거름이 됐다. 6년간의 항일투쟁 끝에 체포되어 옥중에서 순국해 국립묘지에 안장됐으며, 1970년 건국공로훈장에 추서됐다.문태서 장군의 출생과 의병활동의 시작1880년 3월 서상면 상남리 장구지마을에서 태어난 문태서 장군. 본관은 남평이고, 본명은 태진(泰珍)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가 태수(泰洙) 혹은 태서(泰瑞)였다고 한다. 선생의 선생의 조부 문주욱(文周郁)이 순조대에 가선대부(嘉善大夫)에 증직(贈職)되고, 부친 문병현(文炳鉉)이 인격과 덕망을 갖춘 유생 신분이었다고 전해지는 사실로 미루어 선생은 향촌사회에서 상당한 기반을 가진 유력 가문 출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태서 장군이 태어난 곳은 경남의 함양과 전북의 장수 사이의 접경지대로 예로부터 영, 호남간의 주요 교통로였던 육십령 고개마루에 자리잡고 있다. 어려서 선생은 마을 서당에서 사서삼경 등 한학을 공부하여 유교적 소양을 갖추었으며, 17세 되던 무렵에는 육십령 너머의 장수군 계북면으로 이사하였다. 장군의 성장기에는 1894년 동학농민 전쟁이 발생, 이후 일본이 노골적으로 침략야욕을 드러냈으며, 1905년 일본은 을사조약이 체결되면서 본격적인 의병활동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 시기 선생은 원근의 지사, 동지들을 규합하며 구국을 위한 거사를 준비하였다. 특히 이 때 지인의 소개로 금강산으로 들어가 항일전에 필요한 전술, 전략을 철저하게 익혔다고 한다. 항일전의 선봉에 서다을사조약 이후 선생은 구국투쟁에 헌신할 것을 각오하고 금강산을 떠나 서울을 거쳐 호서지방을 전전한 뒤 고향 서상으로 내려왔다. 항일의 거두인 면암 최익현을 만나 구국의 방책을 논의한 것도 이 무렵으로 전해진다. 선생은 1906년 봄 무렵 덕유산 일대에서 동지들을 모으고 산포수를 규합하여 서상면 상남리 영각사(靈覺寺)에서 창의했다. 창의 후 선생은 부하들을 훈련시키고 전열을 정비한 후 곧 원통사(圓通寺, 무주군 안성면 소재)를 이동하여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항일전에 들어갔다. 선생이 거느린 의병은 무주 안성(安城)에서 일본군 5명을 사살하는 등 큰 전과를 올리며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였다. 1906년 9월 선생은 용장 박춘실(朴春實)이 거느린 부대를 규합함으로써 군세를 크게 떨칠 수 있었다. 선생은 9월 하순 장수로 들어가 그곳에 주둔 중이던 일본군 수비대를 기습하여 이들을 전멸시키는 쾌거를 올렸다. 선생은 이 전투 후 무주 구천동의 덕유산으로 행군하였다. 이 무렵에는 선생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전성범(全誠範, 일명 誠輔)을 맞아 중군장으로 삼고 그가 거느리던 부대를 합진함으로써 선생의 의진은 더욱 막강한 군세를 갖추게 되었다. 수차의 항일전에서 대승을 거두게 되자 선생의 명성은 호남 일대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퍼져갔다. 이에 따라 선생의 휘하에 들어오는 의병들도 계속 늘어나 의진의 전력은 한층 보강되었다. 덕유산의 호랑이 문태서 장군1907년에 들어와 일제의 침략은 더욱 가속화되어 대한제국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았다. 선생은 시국이 이처럼 절박한 상황에서 항일의 신념을 더욱 굳히며 일제 군경을 상대로 역전을 벌여나갔다. 특히 1907년 10월 7일 장군은 의병 300명을 거느리고 장수사에 나타났다. 이때 의병의 출현 정보를 입수한 안의(安義) 주둔 일제 군경 30여 명이 의병 탄압을 위해 현지로 출동하자, 선생은 매복작전을 써서 이들을 전멸시켰던 것이다. 장수사는 10여년 전인 1896년 노응규(盧應奎)가 의병을 일으킬 때 이 절의 승려였던 서재기(徐再起)와 거병을 모의했던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장군은 1907년 말에 전국의병의 연합부대인 13도창의군이 결성될 당시 호남의병대장의 직함으로 연합의진에 가담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서울 진공의 뜻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를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서울 대진공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다시 힘을 낸 문태서 장군은 1908년 2월 28일 무주 헌병주재소를 습격해 전과를 올렸으나 적의 반격을 받아 적에게 체포되었으나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 1909년 10월 30일 일본 침략 교통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옥천 이원역을 습격 역사와 화물열차를 소각시키는 전과를 거두었다. 문태서 장군은 함양과 거창, 전북의 장수, 무주, 진안, 임실, 충남의 금산 등지를 오가며 덕유산과 적상산, 성수산 등의 산악지대를 무대로 60여 회에 걸쳐 일제 군경을 상대로 영웅적인 항전을 전개하며 혁혁한 전과를 올리며 ‘덕유산 호랑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혁혁한 전공을 세운 문태서 장군은 일본 군경의 집중적인 탄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1911년 8월 17일 일시 고향을 찾았다가 일제의 사주를 받은 지인들의 흉계에 속아 체포되고 말았다. 이로써 5년간에 걸친 선생의 항일전은 종막을 고하게 되었다. 피체 후 선생은 안의 헌병분견대를 거쳐 진주로 호송되었다가 다시 대구를 거쳐 서울로 압송되었다. 옥중에서도 선생은 시종 기개를 굽히지 않다가 1913년 2월 4일 34세를 일기로 자결 순국하였다. 정부는 고인의 공훈을 기리어 1963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강대용 강민구 기자 <문태서 장군 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