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 지금의 나의 ‘정서 함양’에 많은 영향을 준 기억들.
집안 대소사를 거르지 않고 다니시던 할아버지 따라 냉기(지금의 남계서원) 동네를 참 많이도 다녔는데 버스도 많이 없던 시절이라 걸어서 수동도 지나고 버드나무 가로수길이 나올 때쯤이면 왜 그리 그 길이 좋았든지 뛰듯이 걸어서 큰댁으로 들어서면 대청에서나 마당 한 켠에서 반겨주시던 큰할머니, 당숙모, 동생들의 모습들이 어제의 기억처럼 생생하다.
냉기 동네에서 늘 어린 나의 발길을 재촉하게 하는 또 하나, 남계서원이었다. 하동 정씨 문중에서 시집오신 작은 댁 할머니는 어린 내 눈에도 곱고 귀품있는 자태로 내 손을 잡고 서원으로 데려가 이런 저런 선비 이야기며 단군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서원 뒷동산의 소나무들과도 만나게 해 주셨는데, 곧잘 이야기를 새겨듣고 있는 어린 내게 일찍이 세상 이치를 알려주시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는 곳엔 언제나 이야기가 넘쳐나는데 나를 키운 이야기는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들은 이야기들이라 늘 고마움을 품고 살아오면서 언제적부터 간절히 동네 그 좋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찾고, 기록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참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은 아름다운 동네가 있어 감탄하며, 처음에는 풍경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나중엔 풍경보다 더 아름다울거라 생각했던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아마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의지도 존중하고 아끼며 서로 어우러져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 이야기도 많이 아주 많이 나올거라 기다려 본다.
이 글의 끝에 우리 지역에서 불고 있는 산들산들 착하게 불고 있는 작은 바람을 소개해본다. 깊은 용추골에 선대 파민 정호 화백님을 이어 평생을 그림과 함께 한 한국화단의 거목으로 왕성한 예술 활동을 하고 계시는 원로 화백 무진 선생님께서 지역의 어린이들, 장애우 친구들과 예술을 통한 나눔과 돌봄의 재능 나눔 활동을 즐거워하시며 신나는 장을 펼치고 있음에 자랑도 할 겸, 그 곁을 지켜보며 누구나 마음으로 소통하며 다 같이 돌보며 살아가는 작은 나눔이 모여 행복 함양을 함께 만들어 가는 모임이나 활동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물질이 세상의 대부분의 절대 가치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 참 많이 부족해진 공존하고 공감하는 사회적 합의가 통용되는 세상을 우리 모두가 같이 만들어 가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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