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가족은 왜 이렇게 안 돼?”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들이 다섯 손가락을 쫙 펴고는 제 눈앞에서 흔들어 보입니다. “나는 우리 가족이 이렇게 되니까 안 좋아.”라고 말하는 아들의 손가락을 보니 새끼손가락이 구부러져있습니다. 엄지손가락을 구부리면 될 텐데 꼭 새끼손가락을 구부리면서 우리 가족을 세려고 하니 힘이 들기도 할 것 같습니다. 오늘처럼 다섯 손가락 모두를 쫙 펴고 흔들흔들 하는 날이면 엄마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아무래도 오늘 어린이집에서 가족에 대해 배웠나 봅니다. 언제부터인지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들이기에, 저는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얼른 “누나랑 너에게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주려고 그러지.”하고 둘러대기 바빠집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엄마, 아빠가 지금도 힘든데 한 명 더 낳으면 그땐...... 그런데, 있잖아. 사실은......’하고 제 생각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아들은 “우리 어린이집 친구들은 다 동생 있단 말이야. △△이도 동생이 있고 OO는 동생이 두 명이나 있어. 나도 동생 갖고 싶어.”라며 투정을 부립니다. “난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어. □□이는 여동생이랑 소꿉놀이도 하고 인형놀이도 한 대. 진짜 재밌대.”라고 말하며 가만히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딸도 동생의 지원군이 되어 등장합니다. 믿었던 딸도 이렇게 나오는 걸 보니 아이들에게 동생이란 존재가 부담스럽기는커녕 기분 좋은 존재라는 생각에 마음 깊은 곳에서의 안도감과 함께 푸근함이 느껴집니다. 오늘 저녁에는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비밀 하나를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목욕시간이 되었습니다. 목욕시간은 엄마에게 무척이나 힘든 시간입니다. 7살 딸과 4살 아들을 씻기고 나면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대로 몸에서 진이 빠져나간다는 걸 실감합니다. 허리가 아파옵니다. “아이고, 허리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우리 아들이 아직도 엄마한테 안겨서 머리를 감으니까 엄마 허리가 너무 아파.”라고 말하니 아들이 얼른 “나도 이제 형아 되면 이렇게 감을 수 있어. 봐봐.”하면서 얼른 무릎에서 내려와 욕실바닥에 손을 짚고 엎드립니다. 이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 제 얼굴에 웃음이 묻어납니다. 동생이 목욕하던 걸 보고 있던 딸도 “나는 언니 되면 책도 읽어주고 내가 아끼는 원피스도 줄 거야.”라고 말합니다. 이에 질세라 아들은 “나는 기저귀도 갈아주고 우유도 줄 거야.”라며 둘이서 서로 돕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는 모습에도 웃음이 묻어납니다. 이렇게 동생을 바라는 아이들에게 정말 큰 선물을 줄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목욕을 마치고 딸과 아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으며 가만가만 노래를 불러줍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이 노래가 너무 좋아 그림책을 읽고 또 읽어달라고 조르는 딸과 아들인지라 노래를 들으며 아이들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집니다. “엄마가 너희들에게 비밀이야기를 하나 해 줄게 있어. 그런데 비밀이야기를 들으려면 목욕하면서 약속했던 걸 지킬 마음을 가져야 해. 동생이 생기면 도와주고 보살펴 준다는 약속, 지킬 수 있어?” “응, 뭔데?” “사실 말이야, 이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인데, 엄마 뱃속에 아기가 있어.” “우와! 정말? 거짓말 아니지? 신난다.” 비밀이야기를 듣고 여름과 가을, 겨울을 보내고 새해에 우리 집에는 까치가 행복한 소식을 물어다 주었습니다. 행복한 소식은 바로, 설날 명절이 지나고 우리 집 다섯 번째 손가락이 태어난 것입니다. 기대하고 기대하던 동생을 만난 날. 누나랑 동생은 처음 만나는 동생에게 노래를 선물했습니다. 동생을 가만히 품에 안고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있어도......”라며 엄마 배에 입을 대고 늘 불러주던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엄마, 내가 노래를 부르니까 대박이(태명)가 움직여.” “우리가 밤마다 불러준 노래라서 기억하나봐.”라며 누나와 형은 무척 신기해합니다. 동생의 자그마한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합니다. 그 모습에 엄마도 행복해집니다.  우리 집 다섯 번째 손가락은 벌써 4살이 되었습니다. 4년 동안 우리 가족의 모습도 많이 변했습니다. 첫 번째 손가락 아빠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면 가족 나들이도 빼놓지 않는 자상한 손가락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손가락 엄마는 좀 더 바쁘고 활기차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손가락 누나는 엄마가 챙겨주지 않아도 스스로 할 일을 알아서 하고 동생들에게 그림책도 맛깔나게 읽어줍니다. 네 번째 손가락 형은 동생과 몸으로 부대끼며 놀며 스트레스를 날려줍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손가락 막둥이는 매일 아침 누나와 형을 깨우느라 바쁘고, 매일 밤 자신의 양치질보다도 누나와 형의 양치질을 챙기느라 바쁩니다. 거기에 더하기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손자 사랑에 푹 빠지셨습니다. 막둥이 손자의 애교에 얼굴에 주름이 하나 더 생겨도 마냥 좋다고 말씀하십니다.1박 2일로 가족 여행을 떠나는 날! 각자 필요한 짐을 챙깁니다. 네 번째 손가락이 씽크대 서랍으로 얼른 달려갑니다. 그러고는 늘 그러듯이 일회용 비닐장갑을 꺼내옵니다. 여행 가는데 비닐장갑이 왜 필요하냐구요? 우리 집 다섯 손가락의 칫솔은 여기에 쏙쏙쏙쏙쏙! 넣습니다. 비닐장갑의 다섯 손가락도 우리 집처럼 꽉 찼습니다. 꽉 찬 다섯 손가락이 보기 좋습니다.5년 전 아들의 바람대로 우리 가족은 힘들게 새끼손가락을 접지 않고 셀 수 있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새끼손가락이 펴지면서 우리 가족의 행복도 더 커지고 마음도 더 자랐습니다. 우리 가족은 다섯 손가락을 쫙 펴고 하이-파이브! 할 수 있는 다섯 손가락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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