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밥이 맛있는 밥일까?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은 세상에 없다. 아니, 백인이면 백인의 답이 다 다를 수도 있다. 밥을 짓는 솥이 어떤 것이든 쌀의 품종이 어떤 것이든 ‘맛있는 밥이란 이런 것’이라고 규정지어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햅쌀로 지었든 묵은쌀로 지었든 막 지은 밥을 딱 보고 “맛있겠다.”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는 밥이라면 그 밥이 맛있는 밥이 아닐까 한다. 결국 ‘맛있는 밥’이란 철저하게 자신의 기호와 취향이 만들어낸 다분히 주관적인 표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한 기본조건은 우선 좋은 쌀을 구입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의 발표에 의하면 단백질 함량이 적은 쌀과, 칼륨 함량에 대한 마그네슘 함량비가 높은 쌀로 지은 밥이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맛있다’라는 느낌 자체가 매우 주관적이어서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내놓은 결과가 모든 사람의 입맛을 충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밥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을 찾아서 나름의 기준을 세우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밥맛은 일차적으로 벼의 품종에 의해 좌우된다. 농사가 이루어지는 지역, 토양, 기상조건, 비료, 물 관리 등의 생산 과정에 더해 건조나 도정, 저장 등이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밥을 짓는 데에 쓰이는 열과 조리도구인 밥솥, 거기 더하여 밥을 짓는 과정의 자잘한 기술 역시 맛을 결정하는 요소라 할 것이다. 밥맛은 앞에서 열거한 여러 조건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빚어내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라 할만하다. 좋은 쌀을 생산하는 일이야 농부에게 맡기면 된다. 우리가 가정에서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우선 좋은 쌀을 구입하는 것이다. 거기에 밥을 짓기 위한 몇 가지 간단한 기술을 익히면 된다. 자동차 운전이나 자전거 타기를 한 번 배우면 우리 몸이 그 기능을 기억하고 있어서 평생 다시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밥을 짓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흰쌀밥 짓는 방법을 한 번 익히고 나면 모든 밥에 응용하여 조리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유용하다. 밥맛의 특성을 나타내는 요인에는 윤기, 색, 냄새, 맛, 찰기, 씹힘성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찰기가 있고 특유의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밥을 좋아한다. 우리가 밥맛이 없다고 느끼는 쌀의 대부분은 상온에서 여름을 넘긴 묵은쌀로 지은 밥으로서 밥의 맛, 향기, 찰기, 윤기, 단단함의 정도에서 햅쌀과는 큰 차이가 난다. 그러므로 쌀을 구입할 때는 생산 연도와 도정 날짜 그리고 품종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밥으로서의 역사가 가장 긴 밥은 흰쌀밥이다. 오로지 쌀 하나로 승부하는 밥이며 밥을 짓는 동안 주방으로 낮게 드리우며 퍼지던 밥내가 밥솥의 뚜껑을 여는 순간 김과 함께 올라와 급작스런 허기를 느끼게 하는 밥이다. 잘 익은 김치가 생각나기도 하고 게장 등 밥도둑이라 불리는 별별 반찬들을 다 불러내는 특별한 마력을 가진 밥이 흰쌀밥이다. 다른 어떤 재료와도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품종의 쌀로 밥을 하느냐에 따라 밥맛이 달라지고 밥하는 사람의 기술이 고스란히 다 드러나는 아주 솔직한 밥이다. 그런 만큼 밥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밥 짓기도 과학이라 쌀과 물의 비율, 불의 강약과 시간만 지킨다면 누구나 쉽게 맛있는 흰쌀밥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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