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밭에 관수시설이 고장 났다. 다시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중간밸브 세 개를 교체해야 하는데 어려울 건 전혀 없다. 이 시설은 내가 사람을 부르지 않고 처음부터 자재를 구입해서 직접 설비한 것이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고장 대비 교환용 부품도 준비해둔 게 있어서 곶감 한개 먹을 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 이 정도는 정말 누워서 곶감 먹기다. 아침 먹고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블루베리 밭에 물을 주려고 서둘러 고장난 밸브를 교체하는데 이상하게 조립이 안 된다. 지난해 내 손으로 직접 조립한 것들인데, 간단히 부품만 새 걸로 교환하면 되는 단순작업인데, 아무리 해도 조여지지가 않는다. 이미 말했듯이 이 설비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민 기계치인 내가 혼자 힘으로 도전하여 성공한 것이라 내심 은근한 자부심마저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너무도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인데 그게 안 되니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내가 힘이 약해서 그런가 하고 쭈그리고 앉아 땀을 뻘뻘 흘리고 투덜거리며 용을 쓰지만 조립은 되지 않고, 곶감 한 개가 아닌 한 접 먹을 시간이 흘러갔다. 아침 먹고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점심이다. 할 수 없이 이웃 친구를 불렀다. 웬만한 전동공구도 직접 고치는 손재주가 좋은 친구인데, 마누라 점심상 차리는 것 보고도 고맙게 달려왔다. 순식간에 조립하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 친구도 애만 쓰고 조립을 못한다. 하다가 잘 안되니 밭에 아예 퍼질고 앉아 땀을 뻘뻘 흘리다가 “이거 뭔 부품을 이래 어렵게 만들어 놓았노? 점심 다 식었겠다~” 하고 투덜거리며 가버렸다. 할 수없이 읍으로 들고 가서 부품을 구입했던 농자재상 사장님에게 조립이 안 된다고 하소연을 하니, 다들 잘 쓰고 있는데 그럴 리가 없다며 사장님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는데 계속 오시범이다. “허어~이게 왜 안 되지? 되도록 만들어 놨을 텐데~”하고 체면을 구기고 있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젊은 손님이 “제가 한번 해볼까요?”하면서 잠시 만져보더니 그냥 조립한다. “헐~ 신기하다” 하며 자세히 보니 어이가 없게도 나는 반대방향으로 끼우고 있었던 거다. 당기면 열리는 문을 있는 힘을 다해 밀어댄 셈이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러지 않았는데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니 나도 이제 나이를 먹는 모양이다. 뭐 이정도야 내 인생에 스토리를 좀 더한 거라고 너스레를 떨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한 실수를 그대로 반복한 이웃 친구와 농자재상 사장을 생각하면 자꾸 웃음이 나온다. 이런 바보짓을 그대로 따라 하다니 잘하면 내가 정당이라도 하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ㅋㅋ 그래~ 요즘 뉴스 보면 정당들이 다 이런 식으로 돌아 가드구만~)** 이 글은 내가 “지리산농부”라는 카스채널에 <오늘 스토리에는 간접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하고 곶감사진과 함께 올린 것이다. SNS에 상품광고를 너무 노골적으로 올리면 고객 입장에서는 스팸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토리가 있는 광고 글을 올려 구매충동을 유도한다. 광고 같지 않은 광고, <누워 떡 먹기>를 <누워 곶감 먹기>로 슬쩍 바꾸고 곶감 쪼매 팔아 묵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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