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칠흑 같은 밤 산골동네 어귀에 두발의 총성이 울렸다. 7월19일 밤11시. 며칠 전 내린 비로 계곡의 물소리는 한층 더 시원하게 흐르고 논에서는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어댄다. 숲속의 풀벌레 또한 귀청을 찢을 듯 요란하게 울부짖는다.
3일째 고구마 밭에서 매복 중이다. 멧돼지가 2차로 밭을 파헤친 지 3일째 되는 날이다. 첫날 엽사님이 분명 2~3일 내로 다시 올테니 잘 지키고 있다가 멧돼지가 들어오면 연락하라고 했다. 그날도 밭을 둘러보러 가는 길에 계곡건너 사과밭에서 멧돼지 두 마리를 잡아갔다. 총소리가 나서 조심스럽게 가보니 초저녁 다른 곳에서 잡은 큰 숫멧돼지가 아직 숨이 완전히 끓어지지 않은 채 실려 있었다.
아직 뿌리도 들지 않은 고구마를 여러 마리의 멧돼지 떼가 들어와 온 밭을 뒤집어 놓은 지 20여일이 지난 시기다. 이후 울타리를 치고 멧돼지 방제를 위해 갖가지 방법을 다 사용한 터라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울타리를 치지 않은 계곡 쪽 높은 언덕으로 들어와 고구마 밭을 또 파헤쳐 놓은 것이다.
차를 밭 입구에 대고 밭 한쪽에 세워둔 트랙터 위에 조용히 앉았다. 써치라이트로 밭 전체를 한 바퀴 쓰~억 비춰보았지만 울타리도 고구마 밭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 간간히 잠을 자며 매복을 하자싶어 차를 밭 전체가 잘 보이는 계곡건너 동네입구 큰 느티나무 아래로 옮겼다. 이리저리 살펴본 후 제일 위치가 괜찮은 곳에 차를 대고 다시 밭에 써치라이트를 이리저리 비췄다. 고구마넝쿨도 모두 깊은 잠에 빠진듯 했다. 라이트를 쓰~윽 밭 한 구석을 비추는데 약간의 움직임이 있는 듯한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라이트를 멈췄다. 멧돼지 였다. 제법 큼지막했다. 한 마리인 듯 했다. 급히 휴대폰을 켜고 전화번호를 찾았다.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엽사님 돼지 들어왔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가는데 20분 정도 걸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도 엽사님들이 오면 곧바로 위치를 알려드리기 위해 차를 밭이 보이지 않는 도로 모퉁이로 옮겼다. 한참 후 저 아래에서 급하게 달려오는 요란한 차 엔진소리와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길모퉁이를 돌때마다 산허리를 이리저리 비췄다. 이윽고 내가 도로가에 서 있는 곳에 다다라 조용히 시동을 끄고 엽사님이 차에서 내렸다. 차에는 몇 분이 함께 타고 있었다.
엽사님이 물었다. “돼지 있는 곳이 어디쯤입니까?” 그러면서 함께 온 분에게 총을 건네받아 실탄 5발을 장전했다. “접때 파헤친 그곳입니다.” “그 라이트 이리주십시오.” “엽사님 것 그것 안 가져오셨습니까? 그것 좋더만?” “오늘은 저녁에 다른 볼일이 있어 나가있다 급히 오느라 못 챙겨 왔습니다.”
우리는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면서 계곡을 따라 밭이 보이는 곳으로 갔다. “소리내지 마십시오.” 내가 조용히 위치를 가리키자 100미터 이내에서는 사물의 형체를 뚜렷이 볼 수 있는 라이트에서 강한 불빛이 비춰졌다. 이리저리 라이트를 비췄다. 아까 보이던 멧돼지는 보이지 않았다. 음력으로 6월 초순이라 아직 달빛도 없고 장마기간이라 별빛 하나 보이지 않는 밤이다. 라이트 없이는 코앞의 물체도 구별하기 어려워 얼른 눈에 띄지 않았다.
“벌써 먹고 나갔나?”하며 다시 밭 한 귀퉁이에 라이트 불빛이 멈추는 순간 “저기다.” 순간 엽사님의 총에서 푸른 실선 같은 빛이 목표물에 비춰졌고 탕! 탕! 두발의 총성이 계곡을 울렸다.
처음 한방을 맞고 픽~ 옆으로 쓰러지는 듯 하더니 다시 일어나자 한발을 더 쏜 것이다. 엽사님이 총을 메고 라이트를 비추며 계곡을 건너갔다. 라이트를 이리저리 비추며 한참을 살폈다.
“분명히 계곡 쪽으로 떨어졌는데...” 밭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긴장한 엽사님의 오발사고가 혹시라도 있을까 싶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기를 한참 지나 엽사님께서 어깨에 총을 메고 밭을 나오셨다.
“분명히 계곡 쪽으로 떨어졌는데” 칡넝쿨과 풀들이 우거져 못 찾겠다고 했다. “제법 크던데 한 150근은 되어 보이던데” “저렇게 큰놈은 멀리서 맞으면 잘 안죽습니다.” “계곡 건너에서 쏘니 사정거리가 너무 멉니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오늘 저녁은 더는 다른 놈들이 있어도 안 옵니다. 가서 주무세요” 그렇게 저녁 밤의 포획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와 며칠 동안 매복 때문에 지친 몸을 뉘고 단잠에 빠졌다. 얼마나 잤을까? 날이 밝아 있었다. 급히 옷을 챙겨 입고 밭으로 향했다. 혹시 총을 빗맞은 멧돼지가 풀숲에 웅크리고 있다가 사람을 보고 달려들지 모른다는 생각에 날이 잘 선 낫 한 자루를 허리에 꿰차고 쇠파이프 하나를 들고 밭 전체를 뒤졌다. 칡넝쿨이 우거진 밭 언덕과 계곡의 풀숲 여기저기를 다 뒤져봤지만 멧돼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지나간 흔적도 없었다. 수색을 포기하고 간밤에 총 맞은 멧돼지가 파헤친 곳으로 가봤다. 녀석이 밭 여기저기를 들쑤셔 놓았다. 한참 살이 올라 크고 있는 고구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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