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와야 하는데 잠깐 동안 새싹이 올라오고 벚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나면 철쭉이 필 때는 벌써 덥다는 말이 나옵니다. 셋째 딸이 학교선생님께서 언젠가 이 한국도 열대지역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것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끼는 만큼 올해는 더 일찍부터 여름이 찾아오고 더워졌던 것 같습니다. 가족의 달 5월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가정이 부럽습니다. 4월중순부터 우리 가족은 바쁜시기를 맞이하는 탓에 벚꽃을 보러가거나 어린이날에 하는 특별행사에 참여해 본적이 없습니다. 이번 어린이날 때도 놀지 않고 일을 도와준 딸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일본 동경에서 2년 정도 NTT(한국의 KT같은 통신사)에서 일했습니다. 그래서 유치원 때 현장학습으로 고구마를 캐러 갔던 일 이외에는 농사의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예쁜 화분을 사와서 식물을 키우면 1주 후에는 시들어서 어머니께서 저에게 식물을 키우는 소질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일본에 전화하면 6월달엔 양파를 심었고, 11월에는 딸기를 심었다는 등의 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식물 하나도 못 키웠던 사람이 무슨 농사야 하시면서 많이 웃으셨습니다. 처음에는 그랬었지만 이제 제가 농사꾼이 됐던 것을 인정하시는지 “너는 시작하면 끝없이 일하는 성격이라서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하라”고 하십니다. 저는 농사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정도의 양을 하면 더 재밌을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좋아하지만 힘들기 때문에 5월, 6월 이 시기가 되면 내년에는 절대로 안 할거라고 몇 번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뒤에서 일이 잡으러 오는 느낌입니다. 끝이 없는 일을 보고 한숨을 길게 쉬게 됩니다. 그때마다 농사일을 하셨던 이모의 말이 떠오릅니다. 자신이 일을 하고 있을 때 손녀가 찾아왔습니다. 이모는 풀을 뽑으면서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는데 그 때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손녀가 “할머니 앞을 보면 힘들지만 뒤를 보세요. 이렇게나 많이 하셨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 이모는 제일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았던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앞만 보고 남은 길을 힘들다고 하는 자신, 사실은 걸어왔던 길에 있었던 행복을 느끼지 못했던 자신을 봤다고 하셨어요. 사실 너무 바쁘면 이 이야기도 잊고 일하지만 가끔씩 이 말이 농사에 대한 저의 믿음을 위로해줍니다. 모든 것을 마트에서 사먹었을 때는 야채 하나하나가 그렇게 귀하지도 않았지만 자기가 재배해보니까 하나하나가 소중하구나라고 느낍니다. 우리 애들은 부모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손이 가는지 보고 왔기 때문에 제가 어렸을 때 몰랐던 소중함을 알고 있습니다. 부모가 농사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많겠지만 이 자연과 노동에 대한 고마움이 나중에 엄마가 되는 딸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어쩌면 고마운 환경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교육은 꼭 책상위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농사는 매년 똑같이 손이가고 힘들지만 해마다 가격이 다른 것이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합니다. 그때가 복권처럼 당첨되는 사람이 있고 당첨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집도 그 복권에 당첨되기 위해서 열심히 꾸준히 해나가야 되겠죠. 노력을 이기는 재능은 없다고 하지만 노력해도 아직까지 아줌마들의 작업속도에는 이기지 못합니다. 올해는 일찍부터 너무 더워서 일할 때 조금 힘들지만 행운이 언제 올 줄 모르는 이 농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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