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함양에서 50여회 연재되고 있는 인기 코너 ‘지리산 농부의 귀농이야기’. 주인공 유진국(59)·육현경(53) 부부의 귀농 일상을 담은 이야기들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는 책 ‘반달곰도 웃긴 지리산 농부의 귀촌이야기’(도서출판 맑은샘·1만3000원)으로도 출간됐다. 소소한 일상 속 도시 생활에서 겪지 못하는 다양한 시골 생활을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한번쯤 귀농해볼까 라는 상상을 가지게끔 한다.
시골에서가 가장 바쁜 농번기인 지난 5월말, 유진국씨의 유유자적한 모습을 담았다. 유진국씨 부부는 14년 전인 2002년 당시 초등생이던 두 아들과 함께 휴천면 엄천강변 운서마을에 들어왔다. “2002년부터 꾸준히 써온 귀촌일기를 SNS에 올린 것이 좋은 반응을 얻어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의 SNS는 친구가 40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 인기를 바탕삼아 책을 내게 되었지만 판매된 책에 대해서는 “영 신통치가 않습니다.”라고 씁쓸해했다.
농사라고는 지어본 적이 없어 악착같이 농사일에 매달려도 시원찮은데 그는 햇볕이 많으면 쉬고, 비가와도 쉬고 유유자적 농사꾼이다. “이런 삶을 위해 귀농을 했는데 쎄가 빠지게 일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지금도 농사짓는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라며 웃는다.
현재 그의 농사 현황만 따지면 만만찮다. 감나무 2000평, 블루베리 200그루. 다른 농사는 짓지 않지만 일반인이면 이 또한 열심히 일해야 당연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루 중 4시간 정도만 일한다. “하루 종일 일하려고 귀농한 것은 아니지 말입니다” 그는 감나무에서 생산되는 감으로 곶감을 만든다. 10년 정도 곶감을 깎다보니 그도 이젠 곶감 전문가가 되었다. “1년 수익의 대부분이 곶감에서 나오는데 열심히 해야지요” 10동(1동은 감 1만개)의 곶감을 생산하는 그는 그때만큼은 어엿한 농부로 돌아간다. 그는 처음 벌을 키우기도 했고, 밤농사도 지었으며, 쌀농사도 도전했지만 초보 귀농인에게는 쉬운 것이 없었다. “여기서는 ‘논농사를 지어야만 농부’라는 인식이 있어 쌀농사를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었습니다.” 아내 육현경씨는 제일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홀로 농사를 짓는 것과 진배없다.
최근에는 또 다른 일에 손을 댔다. 마을 주변 산과 들에서 나는 산나물 등을 자신의 SNS에 올려 판매하는 것이다. “그 동안 너무 놀았던 것 같아 이것저것 찾다 보니 새로운 것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들이 뜯어오는 고사리, 머구, 취나물, 다래순, 머위 등에 이야기를 붙여 SNS에 올리면 찾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그는 “할머니들이 돈을 버니까 건강 생각안하시고 너무 열심히 일을 하셔서 걱정”이라며 어떻게 헤쳐 나갈지 고민이다.
유진국씨의 부업 중 하나는 펜션 영업이다. 처음 귀농했을 때만 해도 가정집 하나만 짓고 살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여러 친구와 지인들이 찾아들자 건물 1동을 더 지을 수밖에 없었고, 귀농 초기 ‘강아지 사진동화’라는 애견 관련 책을 낸 이후 많은 이들이 찾아들어 건물을 늘렸다. 그리고 곶감 농사를 위한 덕장도 2개로 이제는 저택으로 변했다.
그는 마을에서 ‘관심농부’로 찍혔다. 군대에 관심병사가 있듯 농사를 짓는 그에게 마을 주민들이 관심농부로 찍어 요주의 대상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을 어르신들이 그를 멀리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귀농한 분들과 왕래를 했는데,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동네 어르신들과 친해지기 위해 매일 모임에도 나가고 함께 어울렸습니다” 특유의 친근함을 가진 그는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운서마을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오랜 꿈이었던 시골 생활. “귀농하고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 같습니다. 빡세게 안 살려고… 도시에 살면 내가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더 벌려고 아등바등 할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소소한 일상을 글로 써내려가는 유진국씨. 귀농 10년이 넘어 이제는 베테랑 귀농인이 된 그가 쓰는 10년 후의 귀농일기가 기대된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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